정부가 '부동산버블'에 대해 전방위적이고 공개적인 언급에 나섰다.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등이 부동산버블을 공론화시키고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제출하는 등 국내의 부동산버블 문제는 최대 경제현안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부동산버블이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지나친 부동산가격 상승은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이후 우리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 부동산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내수확대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현 경제팀도 부동산가격이 꺾이게 되면 경기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고민을 갖고 있지만 부동산버블 확대와 붕괴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28일 재정경제부와 한은,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김진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은 지난 27일 공개석상에서 부동산 가격이 일단 냉각기에 들어가고 투기심리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박승 한은 총재 역시 같은날 부동산 버블은 반드시 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28일 최근 서울 경기 재건축아파트나 신행정수도 토지 등은 급격히 올라 이지역의 부동산은 버블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경부 간부들도 현재의 부동산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 있어 부동산버블이 심각한 상황이며 부동산버블의 붕괴가 우려되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경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국내의 부동산버블이 심각한 국면이며 붕괴시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대신 이들은 시중의 유동성을 선순환시켜 설비투자, 증시 등으로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버블과 후유증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부동산버블에 따른 위기감이 정부 내부에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라크전쟁과 관련, 지난해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경기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어 이미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이 3.7%에 그친데다 2.4분기에는 이 수준을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부동산가격마저 하락한다면 올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 5%대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발표한 부동산안정대책에서 부동산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지만 재건축아파트 및 일반 아파트의 분양권 완전전매금지, 보유세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시기. 대상,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전면과세 등 부동산투기심리를 선제적이고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대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지나친 부동산투기심리 억제는 경기하락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정부와 한은은 부동산버블을 전면에 내세워 시중의 부동자금의 물꼬를 설비투자나 증시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내세워 부동산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멀어지게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투명성과 국내증시의 불확실성, 그에 따른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등을 감안할 때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나 설비투자로 몰려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말로만 부동산버블을 언급할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부동산 관련 세제를 이 기회에 정비해 부동산버블의 확대를 실질적으로 차단해가는 게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