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19일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땅 투기를 한 혐의가 있는 3만4천744명의 명단을 국세청에 넘긴 것은 앞으로도 이들 지역에서의 지가 급등 및 투기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토지시장이 주택과는 달리 지난해말부터 상당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금리 인하로 380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중 부동자금이 땅으로 급속하게 몰려들 가능성도 많아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이 대부분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 등으로 묶여 있는데다 지난해국세청에 명단이 넘겨졌던 땅 투기 혐의자 상당수가 건교부.국세청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정책이 철저한 후속조치가 없는 `솜방망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강하게 일고 있다. ◆수도권.충청권 땅값 얼마나 올랐나 = 1.4분기 전국 평균 땅값은 경기 위축 등으로 지난해 1.4분기(1.76%)나 4.4분기(2.33%)보다 상승폭이 크게 둔화돼 0.41% 오르는데 그쳤다. 서울 0.34%, 인천 0.36%, 경기 0.7% 등 수도권이 평균 0.47% 올랐다. 그러나 대전은 집값 상승세를 타고 서구(2.85%)와 유성구(2.76%)를 중심으로 평균 1.85%의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충남 천안(3.28%), 공주(1.35%), 논산(1.06%), 연기 (1.72%), 그리고 충북 청원(1.33%) 및 청주 흥덕구(1.68%) 등의 상승폭도 눈에 띄었다. 수도권은 지난해 4.4분기에 많이 올랐다. 서울 4.25%, 경기 3.01%, 인천 1.36% 등 평균 3.56%로 전국 땅값 상승률을 주도했고 서울에서도 뉴타운 개발 등이 추진될 성동구(6.29%), 은평구(4.97%) 등과 주택가격 상승 여파가 남아있는 강남구(5.31%)가 많이 올랐다. 또 경기권에서는 고잔신도시 2단계 개발사업이 준공 단계인 안산이 11.71%나 치솟았고 택지개발사업이 본격화되거나 그린벨트가 풀릴 예정인 성남 분당(5.87%), 오산(5.67%), 부천 오정(5.11%), 고양 덕양(5%) 등도 강세를 보였다. ◆땅 거래 실태는 = 따라서 건교부가 이번 국세청에 통보한 지역은 조사 대상이됐던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다. 이 기간 수도권.충청권에서 토지를 매입한 개인은 16만5천469명, 18만598건으로이들이 사들인 땅은 4억3천629만㎡(1억3천193만평). 매입자는 횟수별로 ▲1회 85.6%(면적기준 67.1%) ▲2회 10.9%(면적 19%) ▲3회2.3%(면적 6.7%) ▲4회 0.7%(면적 2.9%) ▲5회 0.2%(면적 1.7%) ▲6-10회 0.2%(면적1.7%) ▲11회 이상 0.1%(면적 1.3%) 등으로 2회 이상 매입자가 2만3천854명이었다. 건별 매입 면적은 500평 미만이 12만5천건으로 69.3%를 차지했으나 2천-1만평도4천832건, 1만평 이상이 1천412건이 됐다. 경제능력이 없는 미성년자 239명이 30만평을 사들였고 이들 중 16명은 2차례 이상 거래자에도 명단을 올렸다. 지난해 땅 투기 혐의자로 통보됐던 3만3천629명 가운데 5천81명은 789만평을 또사들였다. 이들 통보 대상에는 9개월동안 무려 23-34차례에 걸쳐 거래를 하거나 30만-50만평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등 보통 사람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땅투기 혐의자 어떻게 걸러내 조사하나 = 시.군.구가 토지거래 발생시 지번,지목, 거래가격, 성명, 주민등록번호, 이용목적 등을 조사해 한국토지공사에 통보하면 이 자료가 건교부 토지종합정보망에 축적된다. 이 전산망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토지를 2회 이상, 2천만평 이상 또는 미성년자로서 거래한 사람 등의 명단을 뽑을 수 있다. 국세청은 건교부로부터 넘겨받은 명단을 토대로 이들의 직업과 연령, 연간소득,단기전매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세무 및 자금출처 조사 대상자를 추려 양도세나 증여세 납부 여부 등을 따지게 된다. 따라서 토지를 상당한 규모로 사들이거나 자식에게 증여했더라도 법적절차에 하자가 없고 관련 세금을 적절하게 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건교부 설명. 농림부도 매년 투기를 막기 위해 농지 이용실태를 조사,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논, 밭을 사들인 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소유자 수천명씩을 적발해 농지를 처분하도록 강제로 조치하고 있다. ◆대책 효과 있을까 = 서울은 물론 수도권 그린벨트나 녹지지역,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등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이미 묶여 있고 아파트 분양권을포함한 주택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투기억제책이 집중돼 있는 곳. 국세청도 불과 며칠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전.청주.천안.아산.공주.논산 등 6개시와 연기.금산.청원.보은.옥천 등 5개군에서 부동산 및 분양권 취득.양도자료 10만여건을 정밀 분석, 투기혐의자 600명을 가려내 자금출처 조사 방침 등을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들 지역은 대형 호재를 찾아 떠도는 부동자금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부동산 거래가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됐던 사람 상당수가 여전히 땅 사들이기에 몰두하고 있는것이 정부정책을 이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정부정책에 `영(令)'이 서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사후약방문이나 땜질처방식 소나기 대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