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기대했던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파트 분양시장과 토지시장에서는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신도시 건설 △미군부대 이전 등 대규모 개발재료와 △경기부양책 마련 △콜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이 더욱 달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수요가 '양'에서 '질'로 바뀐 만큼 그에 맞는 주택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철저한 과세를 통해 투기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경기부양을 빌미로 부동산투기를 방치하는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수도권 재건축 아파트값 다시 꿈틀=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투기지역 지정 이후에도 재건축대상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1억6천만∼1억7천만원을 호가하던 철산주공 1단지 11평형은 이달 들어 1억8천만∼1억9천만원대까지 뛰었다. 주변 저층단지와 하안주공아파트도 호가가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저밀도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5억8천만∼5억9천만원이었던 반포주공 3단지 16평형은 지난달 중순 이후 6억1천만∼6억2천만원대로 올랐으며 지금은 6억3천만원에도 매물을 찾기 힘든 형편이다. 반포주공 1단지 22평형도 최근 일주일새 1천만∼2천만원 상승하는 등 이 지역 주공 1∼3단지와 한신 1차 미주아파트 등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강남권 중층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선두주자격인 은마아파트를 보면 지난달 말 잠시 약세를 나타냈던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서 34평형 가격이 6억4천만∼6억5천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지역 아파트값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최근 한 달새 아파트값이 급등,처음으로 평균 평당 매매가가 1천9백만원을 돌파했다. 스피드뱅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과천지역의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1천9백8만원으로 한 달새 무려 5.25%나 상승했다. 이는 경기도 평균 상승률인 1.78%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서울시내 5대 저밀도지구 가운데 유일하게 비강남권인 화곡동의 재건축 아파트값도 지난 한 달간 평균 5백만∼2천만원 가량 올랐다. ◆가격상승세 경부축 따라 대전까지 남하=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상승 열풍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이미 대전까지 남하한 상태다. 경기도 화성은 동탄신도시 건설과 경부선 복복선 전철 수원∼병점역 구간 개통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칠 줄 모르고 값이 오르고 있다. 평택과 오산은 미군부대 이전 후보지로 부상하면서 최근 들어 집값이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천안의 경우는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라는 점과 경부고속철도 개통 임박을 재료로 지난해 연말 대통령선거 이후 한 번도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대전지역 부동산시장도 같은 재료를 발판으로 시세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집값 상승세는 대구 부산 등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지방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가격상승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포.파주 등 수도권 신도시는 땅투기로 몸살=김포 파주 등지에서는 수도권 신도시로 혹정되기 전부터 땅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대표적인 곳이 김포지역이다. 신도시로 확정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땅을 사려는 외지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양촌면 대곶면 일대 땅값은 보름 전부터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큰길 옆의 관리지역 땅값은 평당 40만∼80만원선을 호가하고 강화도로 진입하는 352번 국도 주변은 평당 2백만원에 육박하는 등 이 일대 땅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도시로 선정된 파주 역시 운정택지개발지구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2월 초 LG필립스LCD공장 건립계획 발표 이후 오름세를 보이던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와 탄현면 금승리 일대 부동산가격이 최근 들어 신도시 바람을 타고 급등하고 있다. 공장 및 상가부지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값이 뛰고 있다. 이 일대 공장부지는 산림형질 변경과 농지전용 허가를 받은 경우 평당 가격이 1백만원을 넘어서는 등 5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평당 50만∼1백50만원이던 택지도 1백만∼3백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임야와 관리지역(구 농림지) 등도 20~30% 가량 상승했다. 조성근·김형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