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가 투기지구로 지정된 뒤 인근 서초.송파.강동구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스스로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자칫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에도 불구, 집값이 오르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강남구에 이어 인근 지역까지 투기지구로 묶이지 않을까 해서이다. 2일 서초 송파 강동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강남구가 투기지구로 지정된 이후의 시장 분위기에 대해 "거래도 없고 가격도 오르지 않고 있다"며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대답을 쏟아냈다. 그러나 잠시 후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고 밝힌 뒤 최근의 매매동향을 묻자 "팔려는 사람도 투기지구 지정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가격을 전혀 내리지 않고 있다"며 "그렇지만 오히려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나 강동구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서초구 반포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구의 투기지구 지정으로 가장 몸을 사리는 건 부동산중개업소들"이라며 "투기지구 지정 이전보다 오른 가격에 나온 매물은 방문하는 손님에게만 조심스럽게 소개하고 있다"며 "전화문의에는 아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의 '입조심'은 재건축 일정의 윤곽이 드러난 지역일수록 심하다.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상승 랠리를 주도했던 강동구 고덕주공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정부의 의지가 강력해 전화문의가 오면 싸게 나온 물건만 주로 소개하고 있다"며 가격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고덕주공 아파트값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적정가격이든 거품가격이든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언제 정부의 투기대책 방망이에 맞을지 모른다는게 강남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피해의식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