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2월 걸프전 종전 이후 국내 건설업체들이 수주한 쿠웨이트 전후복구사업 규모는 8백40만달러어치였다. 당시 전후복구사업 규모가 2백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할때 우리업체의 수주몫은 0.004%에 불과하다.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수주 실적이었다. 걸프전 전후복구사업에서 국내 업체가 특수를 누리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해외건설협회는 분석했다. 우선 미국 기업들이 전후복구사업을 독식하는 바람에 국내 업체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3백여건의 전후복구사업에서 미국기업이 2백여건을 차지했다. 또다른 이유는 당시 전후복구사업 내용과 우리 건설업체들이 강점을 보였던 공사수행 범위간에 '코드'가 맞지 않았다. 걸프전때는 석유화학플랜트가 집중 공격을 받아 대거 파괴됐다. 당연히 전후복구사업에서도 플랜트 공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건설업체들은 토목 및 건축공사 수주에서 강점을 보일 때다. 그때까지만해도 지금처럼 플랜트 공사 수행능력에서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때문에 전후복구 특수를 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우리 건설업체들의 해외공사 수주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의 경우 해외공사 수주액 가운데 플랜트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달했다. 플랜트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결과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에서 토목 및 건축보다는 플랜트공사 수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