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침에 이어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키로 하는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대책 영향으로 주요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일부지역에서는 가격이 1천만원 정도 하락한 매물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밝힌 안전진단 기준 강화 내용에 따를 경우 재건축이 불확실해지는 단지들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과천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동구 고덕주공 저층단지들은 호가가 1천만원 가량 떨어졌다. 인근 믿음공인 유종태 대표는 "지난주 초반부터 매물이 조금씩 나오다가 정부 대책이 나온 지난 금요일 이후에는 매물이 상당히 늘어났다"며 "그래도 찾는 사람이 없어 며칠간 약보합세를 유지하다가 값이 더욱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으뜸공인 김효원 대표는 "둔촌주공의 경우는 이달 말 예비안전진단에서 혹시라도 탈락하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강남구의 재건축 기준 완화 방침에 힘입어 급등세를 탔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저층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근 강남공인 정창성 대표는 "한동안 사라졌던 매물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고 호가도 1천만원 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개포동 에이스공인 조병희 대표는 "급등기에는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거래가 안되고 정부대책이 나온 이후에는 매수자가 없어 매매를 못한다"며 "이래저래 중개업소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은마아파트의 경우는 가격 상승세만 멈췄을뿐 아직 보합선은 지키고 있다. 대치동 엘리트공인 관계자는 "매물도 없고 가격도 보합상태지만 조만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확실한 강남권 단지에서도 급매물이 간혹 나오며 1천만원 가량 값이 하락했다. 투기지구 지정 이후에는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만큼 그 이전에 팔려는 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억5천만원을 호가하던 강남구 삼성동 차관아파트는 4억4천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그동안 매물을 찾아볼 수 없었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에서도 1주일만에 매물이 재등장했다. ◆수도권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천 수원 부천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밀집한 주요지역의 경우 매매값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 매물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건설교통부의 재건축시장 안정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19일 하루 동안 또 다시 1천만∼2천만원 오른 지역이 있을 정도다. 정부의 안정대책이 주로 서울 강남권에만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과천지역은 잠시 오름세가 주춤했던 주공3단지의 매매가가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거꾸로 단기 상승했다. 경기도가 지난 18일 실시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3단지를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최고 25층까지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게 기폭제가 됐다. 과천에서는 종전 2억8천만원 안팎이었던 13평형의 매매가가 주말 새 2억8천5백만∼3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과천 주공11단지 15평형의 경우 3억6천만원대에서 횡보장세로 들어갔지만 매물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잇단 시장 안정대책 발표가 투자심리를 전혀 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가격이 급등한 수원시 권선주공 단지의 경우 3차 19평형이 2억4천만원,2차 16평형이 2억6천만원대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정부 발표 이후에도 집주인들이 쉽게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곳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추가 상승이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천에서는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중동주공아파트의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 1주일새 2천만원 정도 상승,1억5천6백만원짜리 11평형 매물이 눈에 띄지만 이마저도 잡기가 쉽지 않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우리도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지난주 말에 이어 21일에도 가격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성근·송종현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