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최근 재건축아파트 가격상승의 '1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가 분양가로 재건축조합을 부추기는 시공사나 무리하게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주민들도 문제지만 이러한 행태를 막아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규제완화'에 앞장서는 것은 가장 먼저 시정돼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 지자체 안전진단은 '고무줄 잣대(?)' =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추진아파트들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일부 지역은 과열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최근 안전진단이 통과된 강동구 고덕주공 1단지는 평형별로 3천만~4천만원씩 가격이 뛰어올랐으며 잠실주공, 도곡주공, 가락시영 등 강남 전역에서 재건축아파트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수원의 권선주공 1, 3차가 2주새 호가가 7천만원이나 뛰어오르는 등 수원, 광명, 부천 등의 재건축시장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상승의 근원에 '고무줄 잣대'로 불릴만한 지자체의 원칙없는재건축 안전진단 남발과 규제완화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덕주공 1단지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 안전진단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지난해말 안전진단 허용 권한이 각 구로 넘어오면서 최근 다시 실시된 안전진단을 무난히 통과해버렸다. 강남구는 한술 더 떠 재건축 허용 여부 결정시 건물의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재건축으로 인한 경제적 효용가치도 따져야 한다는 안을 내놓아 앞으로 '주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지난해말 "재건축시장이 성숙해 무분별한 재건축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전진단 허용 권한을 구로 넘긴 서울시의 '단견'이 최근의 시장 불안정을 가져온 셈이다.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적극 부응하려는 자세는 수도권 지자체도 마찬가지.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던 수원의 천천주공과 인계주공 아파트는 최근안전진단을 다시 신청, 1년만에 재건축 허용 판정을 받아 안전진단 통과 기준의 신뢰성이 의문을 받고 있다. 이들 단지는 지은지 각각 17년과 19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지난주 준공후 18년된권선2차가 안전진단을 통과한데 이어 권선3차(86년 준공)도 안전진단 통과를 눈앞에두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은 물론 성남, 안양, 고양, 의왕 등 수도권 전역에서 지은지 20년이 못된아파트들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있어 이제 '건축연수 20년'이라는 규정은사문화(死文化)돼버렸다. ◆ 규제완화, 시장 불안정 초래 = 지자체의 재건축 '규제완화'가 불러오는 가장큰 문제점은 재건축아파트들의 가격을 대폭 끌어올리며 시장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든다는 점.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 못했던 은마아파트의 경우 약세를 보이던 가격이 강남구청의 규제완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일주일새 가격이 2천만~3천만원이나 뛰어버렸다. 이달들어 가격이 7천만원이나 급등한 수원 권선주공 3차도 수원에서 지은지 20년이 안된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 허용 판정을 받으면서 안전진단을 쉽게 통과할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결국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의 항의에 시달리는 것에 못 견딘 나머지, 일부는 다음 선거 등을 의식해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재건축사업 추진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아파트시장의 가격상승을 방치하는 셈이다.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는 "민선 지자체장은 주민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일관된 원칙하의 재건축 허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