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PB인 A씨는 지난해 분당신도시에 살다가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이사하려는 고객에게 오는 29일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를 권했던 적이 있다. 상대가 수십억원대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큰손'이었기 때문에 A씨로서도 부담없이 이 아파트를 추천할 수 있었다. A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 고객이 매입한 아파트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펜트하우스(92평형)는 현재 평당 3천8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50∼60평형대도 2천2백만∼2천4백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5∼6년새 서울시내 최고 주거지로 떠오른 대치동이나 도곡동보다 1백만원 이상 비싼 값이다. 65평형의 경우 프리미엄(웃돈)만 7억원 이상 붙었다. 대부분의 일선 PB들은 이에 대해 "진짜 부자들은 이촌동 성북동 한남동 등 강북의 '빅3'지역에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A씨가 고객에게 깜짝 놀랄만한 수익을 올려준 것도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명품에 대한 선호의식이 부동산시장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부유층의 수요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이들 강북 빅3 지역 고객들에 대해 한마디로 "굴리는 금액의 단위가 다르다"고 표현했다. "강남권 고객이 수십억원대를 만진다면 이들은 수백억원대를 굴린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여성고객일 경우 피부 마사지를 해주기도 하고 노인고객들에게는 풍수지리 강의를 실시하기도 하는데 대개 이런 자리에서는 '살아 숨쉬는' 정보가 오고가기 마련이라고 한 PB는 귀띔했다. 하나은행 골드클럽의 임동하 부장은 "부동산 시장에도 희귀품(rarity)에 대한 '거부'들의 선호도가 존재하며 이촌동 성북동 한남동 등이 해당 지역에 속한다"며 "'진짜 부자들은 강북에 산다'는 의식이 남아있는 한 이들 지역은 최고는 아니라 하더라도 꾸준히 높은 집값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