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가가 폭등하고 있다. 광명 일산 화성 평택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는 이미 기존 아파트 시세를 뛰어넘었다. 심지어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분양가가 매매가를 추월했다. 이같은 분양가 인상은 기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인상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지난해 추석 이후 잠잠해진 집값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수도권도 평당 1천만원 시대 열어 =이번주 경기도 광명시에서 공급되는 '현진에버빌'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형에 따라 9백89만∼1천82만원으로 결정됐다. 수도권에서는 최초로 1천만원을 넘어선 평당 분양가다. 이같은 분양가는 강동구 마포구 광진구 등 서울 인기주거지역의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광명 지역에서 최고가 아파트에 속하는 철산동 도덕파크타운(32평형 기준 2억7천만∼2억8천5백만원)보다 3천1백만∼4천6백만원 높은 분양가다. 지난주 청약을 받은 용인시 죽전지구내 '동원 로얄듀크'의 분양가는 평당 8백20만∼8백50만원대다. 지난 2001년 죽전지구에서 초기 공급된 반도보라빌의 평당 분양가(6백70만원)에 비해 1백50만원 이상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에 공급된 현대 아이파크(7백41만원)보다도 평당 71만원이나 뛰었다. 또 대우건설이 일산 가좌지구에서 지난 2월 선보인 대우드림월드 32평형의 분양가는 1억9천9백80만원으로 인근의 벽산 블루밍 33평형보다 1천만원 정도 비쌌다. ◆ 서울지역에서도 분양가가 매매가 추월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 동시분양에서 아파트가 공급된 9개구 가운데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매매가를 넘어선 구는 다섯곳에 이르렀다. 관악구의 경우 기존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평당 7백53만원이지만 분양가는 평당 9백19만원에 달했으며 성북구도 신규 분양가(8백2만원)와 기존 아파트 매매가(6백98만원)의 가격차가 1백만원을 넘어섰다. 또 성내동에서 분양된 하나빌리지 25평형의 분양가는 2억3천만원이지만 같은 평형대 주변 시세는 2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 분양가 왜 오르나 =업체들이 내세우는 분양가 상승 이유는 땅값 상승, 고급마감재 사용, 인건비 및 자재비 상승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행사의 지나친 '이익 챙기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체들이 가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및 이자후불제 등을 적용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자가 분양가에 전가되면서 분양가가 1천만∼3천만원 올랐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공급 절차가 '다단계화'된 것도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파트 공급 주체인 시행사 시공사 분양대행사 등이 모두 이윤을 챙기다 보니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 대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택지난을 해결할 수 있는 공공택지의 공급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파트 건설 원가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