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들이 외환위기 이후 중단했던 아파트 자체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형 업체들은 그동안 단순시공만 해주는 도급사업을 주로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예전처럼 땅 매입부터 시공·분양까지 자력으로 하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들어 청주 봉명지구,천안 불당지구,인천 송도신도시 등지에서 땅을 직접 매입한 뒤 아파트를 분양했다. 또 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과 천안 아산 등 충청권에서도 토지매입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 회사 이준하 상무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70% 이상이 자체사업이었지만 1998년 이후부터 자금사정으로 자체사업을 거의 못하다 최근 들어 다시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오는 4월 분양예정인 안산고잔 7차(1천4백가구 규모)아파트 부지의 절반을 직접 매입했다. 또 대전지역 아파트 사업을 위해 군부대 땅을 낙찰받아 뒀다. 또 LG건설은 올들어 자체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사업개발팀을 새로 출범시켰다. LG건설 관계자는 "지주들의 의견이 규합되지 않은 땅,인허가가 까다로운 땅,분양성이 없는 땅은 사지 않는다는 3대 원칙을 세워놓고 자체사업을 재개했다"며 "하루 한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오고 이틀에 한번씩 땅을 보러가지만 아직 매입이 성사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 사업재개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이처럼 대형 업체들이 자체사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은 도급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재개발·재건축부문의 일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농림지 규제 등 아파트 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땅 매입 작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고 업체들은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