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어난 아파트 봄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은 3월 들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조차 '나홀로' 경기를 누리고 있다며 의아해 할 정도다. 지난주 말(1∼2일) 수도권 곳곳에서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청약대기자들이 대거 몰렸다. 지난해 상반기에나 구경할 수 있었던 하루 1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는 모델하우스도 다시 등장했다. 분양 관계자들은 "이 정도면 1순위 마감은 문제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실수요자에 '떴다방'까지 가세="프리미엄(웃돈) 2천만원은 확실합니다.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그 이상도 갈 것 같은데요." 분당 신도시 구미동에 마련된 동원개발의 '동원 로얄듀크'아파트(용인 죽전지구에서 7백6가구 공급) 모델하우스에는 지난주 말에만 2만여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다녀갔다. 또 모델하우스 앞에는 30여개의 '떴다방(이동중개업소)' 천막이 진을 치고 있어 실수요자뿐 아니라 가수요자들까지 대거 가세했음을 보여줬다. 한 이동중개업자는 "경기도 파주 용인 화성 등 수도권 전역의 떴다방들이 이곳으로 몰려 들었다"며 "평당 8백50만원으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이 2천만원 이상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광토건이 구리시에 마련한 남양주 오남읍 양지리 '쌍용 스윗닷홈 지티'(9백1가구)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개관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20∼30개 떴다방이 몰려 자리를 잡았다. 이 아파트가 겨냥하는 노원구 중랑구 동대문구 광진구 등 서울 동부권 거주자는 물론 떴다방까지 대거 몰려들었다는 게 남광토건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성 태안지구에서 9백93가구를 공급하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아파트 모델하우스도 몰려드는 청약대기자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1일 개관 이래 3일 간 하루 1만여명씩 3만여명이 방문했다. 대우건설은 수도권 1순위에서 무난히 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프리미엄을 5백만∼1천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거품'인가,회생 조짐인가=부동산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시장만 유독 강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열기와 관련,'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투기단속으로 떠났던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다시 분양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 업체들의 파격적인 마케팅도 단기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오지 않는 한 집값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때문에 실수요자들 사이에는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한동안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쓸만한 상품(上品)의 아파트가 나오지 않았었다"며 "용인이나 화성은 분당 수원 등 수도권 남부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어서 시중 부동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 이사는 그러나 "작년처럼 아파트 분양시장이 일시에 달아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조성근·송종현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