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사전분양이 허용된 주상복합아파트를 중심으로 뜨거운 투자열기를 보여줬던 해외교포 투자자들이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 교포투자자들은 국내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뒤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부지역이나 캐나다 밴쿠버 등으로 'U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조정국면에 접어든 데다 새 정부 출범과 북한 핵문제 등에서 비롯된 심리적 불안감이 교포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교포투자자들 국내시장에서 발뺀다=해외교포들은 지난 2년 간 해외투자설명회를 가진 주상복합아파트를 대량 매입하는 등 국내 부동산에 대한 뜨거운 투자열기를 과시했었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9일까지 미국의 뉴욕과 LA 등지에서 실시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롯데캐슬골드(4백가구)'의 해외마케팅 행사장에서는 2백30여명의 교포들이 즉석에서 청약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작년 3·4분기까지만 해도 이처럼 뜨거운 투자열기를 보여줬던 교포들은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철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통계상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1백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취급하는 주요 은행의 PB(Private Banker)들에게 이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A은행 K팀장은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오면 거주하려고 매입해놨던 부동산까지 처분하려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최근에도 교포 고객 한 명이 강남 압구정동의 10억원짜리(50평형대) 아파트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B은행 L부장도 "교포 고객들의 '손털기'는 주택뿐 아니라 상가 빌딩 등 전종목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며 "국내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고객 가운데 일부는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부나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업용 빌딩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발을 뺀 교포들이 해외 부동산 매입을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왜 나가나=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경기가 전반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한국 부동산시장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북한 핵문제에 따른 위기의식 고조도 교포투자자들이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철수토록 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 재테크팀장은 "해외에서 북한 핵문제 등을 바라보는 교포들의 위기의식은 국내 거주자들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는 "특히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주세력인 50∼60대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