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급랭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재건축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가장 먼저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새해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분양권,상가,신규분양시장 등 전체 부동산시장으로 침체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재건축 깡통아파트 나온다=은행대출을 80%까지 끼고 재건축대상 아파트를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깡통아파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깡통아파트란 아파트 가격이 자신이 투자한 금액(은행대출을 뺀 실투자금액) 이상으로 하락해 투자원금을 모두 까먹은 것은 물론 오히려 은행에 돈을 밀어넣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아파트를 말한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대출 2억4천만원을 끼고 매입했는데 이 아파트 가격이 2억4천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깡통아파트가 된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깡통 상태가 됐거나 깡통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재건축대상 아파트는 최고 1억원까지 떨어졌고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대부분 5천만원 안팎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큰손들은 급락 직전에 시장에서 빠져나갔지만 뒤늦게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은 손절매도 못하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집값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데다 은행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아 집을 처분하려 하지만 매수세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고덕주공 4단지 아파트를 일반호가보다 1천만원 낮게 처분한 J씨는 "겨울방학 성수기가 되면 반등할 것이란 생각에 빨리 손절매를 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며 "몇천만원 손해를 봤지만 지금이라도 처분하게 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권 일반아파트 및 분양권의 경우는 대부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정도의 낙폭을 보이고 있으며 찾는 사람이 없어 실제로 거래를 시키려면 일반호가보다 싸게 내놔야 한다. ◆수익성 상품도 동반 동참=수익성 상품 가운데 오피스텔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냉각되기 시작했다. 마포에 오피스텔을 공급한 한 업체는 분양개시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계약률이 20%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오피스텔과는 달리 주상복합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입주한 타워팰리스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까지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올들어 서초동 트라팰리스가 30% 미만의 저조한 계약률을 보임에 따라 주상복합아파트도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주상복합아파트는 기존 인기주거지역 주변에 위치해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있는데 올해 공급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소규모단지이거나 입지여건이 떨어지는 곳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많다"고 말했다. 상가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왕십리 뉴타원 인근에 상가를 분양중인 한 업체의 관계자는 "신문에 광고를 내도 문의 전화가 거의 없어 분양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쌓여가는 매물=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서울지역 아파트시장의 매매·전세 매물은 14만3천3백31건(매매 8만5천6백61건,전세 5만7천6백70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부터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해 현재 매물수는 18만6천1백23건(매매 10만7백87건,전세 7만8천2백53건)에 이른다. 석달새 4만건이 넘는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매매·전세 매물수가 30% 이상의 증가한 셈이다. 월세 매물 3만6천여건까지 합치면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매물은 총 22만건을 넘어서게 된다.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구와 양천구에서는 특히 매매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강남구의 매매 매물은 지난해 9월말 7천9백1건에서 현재 1만7백34건으로 36% 증가했다. 양천구의 매매 매물은 같은기간 2천9백71건에서 4천4백49건으로 무려 61% 늘어났다. 일선 중개업소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개월새 급격히 늘어난 아파트 매물이 당분간 소화되기 어려우며 이는 장기적인 가격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