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9년 (주)대우로부터 5백62억원을 주고 사들인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매립지를 팔지 못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서울지방법원 민사15부가 최근 '약속대로 수영만 매립지를 내줄 테니 매입대금을 돌려 달라'며 현대산업개발이 옛 대우 계열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우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인 99년 6월 (주)대우로부터 해운대 바닷가와 맞닿은 수영만 매립지 4만5천㎡를 5백62억원에 사들였다. 현금 확보가 시급했던 대우는 땅을 팔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원할 경우 계약 2년 후 (주)대우가 제3자를 지정해 이 땅을 재매입토록 하고, 제3자가 안 나설 경우 (주)대우가 연 10%의 이자까지 쳐서 직접 사들인다'는 현대산업개발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주)대우는 계약과 함께 대우자동차와 대우중공업을 제3자로 지정하고 이들 기업의 동의를 얻어 냈지만 그 사이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 등으로 분리됐고 대우자동차는 법정관리를 거쳐 GM에 매각됐다. 계약 주체인 (주)대우조차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등으로 분해됐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부산경기가 활성화되면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땅을 샀지만 '아파트 건립시 오히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내부 분석이 나오자 사업을 포기하고 대우측에 '땅을 되사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대우건설은 당초 계약대로 제3자를 지정해 동의를 얻는 등 관련절차를 끝마친 만큼 재매입해 줄 의무가 없으며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는 대우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올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따라 수영만 부지 재매입 의무를 승계받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대우측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재매입 주체인 대우자동차의 경우 법정관리 기업이란 점에서 현대산업개발이 매입대금을 되찾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측은 "전체 계약의 취지를 외면한 판결"이라며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