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추진 계획이 첫 단계인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자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충격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중층 단지를 대표하며 시세 형성과정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안전진단 탈락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서울시가 공언해 온 '재건축 억제' 방침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됨으로써 향후 재전축 추진 단지들의 안전진단 탈락 '도미노 현상'까지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에서 재건축을 추진해 온 주요 아파트의 잇단 안전진단 탈락으로 재건축 시장에 낀 거품이 제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시가 재건축 연한을 최고 40년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는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재건축을 진행 중인 저밀도지구 아파트나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 서울시내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중단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존아파트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점쳤다. ◆안전진단 미통과 단지 직격탄=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그동안 시공사 선정 재료만으로도 가격 급등세를 탔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시공사가 선정된 지난 7월을 전후해 석달 동안 1억원 가까이 값이 급등했다. 가수요자들이 당장이라도 재건축이 되는 것 처럼 바람을 잡으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그러나 이번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동안 생긴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강남권에서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로는 80년대 초 준공된 개포 고덕 등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단지,과천소재 아파트단지,강남권 중층단지,강동구 둔촌주공 등이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특히 주거환경이 열악한 10평대 아파트값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밀도지구·안전진단 통과 단지는 수혜=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확실한 저밀도지구와 안전진단을 통과하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저밀도지구는 시기가 문제일뿐 재건축에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도 마찬가지다.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재건축 허가는 받아놨기 때문이다. 경기가 경착륙만 하지 않는다면 강남권 기존 아파트나 분양권값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이 끊기면 기존 아파트의 희소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따라서 신도시건설 및 강북뉴타운 개발 같은 공급확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재건축 억제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