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살리기 위해 임직원뿐 아니라 채권단과 주주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오늘의 결실을 이루게 됐습니다.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한 지난 4년이 꿈만 같습니다." 지난 11일 워크아웃 꼬리표를 뗀 벽산건설의 정종득 사장(62)은 "노사화합,뼈를 깎는 자구노력,부채상환연기와 출자전환을 실시한 채권기관,감자를 허용한 투자자 등이 벽산이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하게 된 원동력"이라며 이같이 4년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긴장의 고삐를 풀면 이제껏 흘린 땀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강한 건설사'를 만들기 위해 이전 같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98년초 난파 직전의 벽산호를 구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외환위기 직후여서 아파트 미분양은 물론 계약해지가 속출하는 등 회사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었다. 당연히 임직원의 희생이 요구되는 때였다. 정 사장은 전직원의 가족을 강당에 불러놓고 회사의 위기상황을 설명한 후 모두가 세일즈맨이 돼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혹독한 구조조정의 조치들이 잇따랐다. 50% 이상의 직원이 감축됐고 임금과 복리 후생비가 삭감됐다. 알짜배기 자산 및 계열사도 처분됐다. 수익성 위주의 실속 경영은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부채비율(9천3백8%)이 마침내 2백%선으로 낮아졌다. 1인당 생산성은 동종 업계에선 최고인 2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워크아웃 자율 추진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마침내 워크아웃 졸업의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정 사장은 "워크아웃을 졸업한다는 사실도 기쁘지만 앞으로 떳떳하게 신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된 게 큰 소득"이라며 향후 회사의 비전 제시도 잊지 않았다. 80%를 웃도는 주택사업 비중을 토목·건축·환경·플랜트사업과 맞추고 민자사업(SOC)분야에도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20년 전부터 시작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서울 강북과 수도권,지방시장으로 확대하고 그동안 소홀했던 인력 개발,기술 투자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제 관리단도 떠났다. 이달 하순이면 정들었던 서울역 인근 '벽산125 빌딩'을 뒤로 하고 여의도 '정우빌딩'에 새 둥지를 튼다. 정 사장은 "바야흐로 여의도에서 제2의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