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분기점으로 서울 강남 및 수도권 주요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대책이 먹혀들어가면서 투자심리도 꽁꽁 얼어붙는 분위기이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호가를 내려서라도 팔려는 매물이 늘고 있지만 살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실종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아파트값 조정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차익실현 매물 급증 추석 이후 차익 실현성 매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송파, 목동 등 그동안 가격 상승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팔자' 주문이 확산되고 있다. 차익 실현성 매물은 강남 및 송파지역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의 세기공인 정태승 사장은 "재건축대상인 저층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면서 호가도 추석전보다 1천만원가량 내려갔다"고 말했다. 한때 5억원이상을 호가하던 개포우성4단지 15평형의 매매값은 정부 대책발표 직후 4억8천만원으로 내려가더니 추석 이후 4억7천만원으로 더 떨어졌다. 대치동 삼익주택 30평형도 추석이 지나면서 2천5백만원 가량 내렸다. 이주비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잠실주공4단지 17평형의 경우 인근 중개업소마다 10여개의 매물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경성공인 정유기 사장은 "아파트를 찾는 문의 전화가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잠실주공의 경우 재건축을 재료로 값이 급등했던 만큼 하락폭도 클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매도호가가 1천만원 싸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17평형 매도호가는 4억9천만원선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신정동 목동13단지 인근 한미공인중개사 정현주 대표는 "가격상승이 주춤하자 '단기꼭지'로 보고 일단 차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매수자가 유리한 시장상황 추석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의 입장이 역전됐다. 급등장에선 매도자가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면 최근 매물이 늘어나면서 매수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거래는 뚝 끊긴 상태다. 강남 대치동에 있는 시티컨설팅㈜ 정열 대표이사는 "팔 시점을 저울질 하는 매도자의 전화문의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며 "여전히 가격인하에는 인색하지만 다급한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잠실4단지 경성공인 정유기 사장도 "썰물 빠져나가듯 수요자들의 전화문의가 사라졌다"며 "간혹 문의전화가 와도 '급매'를 찾는 등 매수자가 상당히 여유를 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향후 전망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강남지역의 경우 새학기를 앞두고 방학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10월 중순부터는 '반짝 상승장'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도 "확실히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며 "강남지역 등 선호지역도 당분간은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