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학익동에서 기계 제작을 하고 있는 H사의 김대식 사장은 1년 전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댄다. 남의 공장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자체 공장부지 4백평 정도를 마련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돈을 모아 왔지만 최근 들어 공장용지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쓰레기 압축기 수출이 착실히 늘고 있어 공장을 넓혀야 하는 상황인데 공장 임대료마저 계속 치솟고 있어 공장 확장도 힘들게 됐다. 김 사장은 "부동산 바람을 타고 공장용지마저 투기 대상이 된데다 얼마 전 학익동 인근에 골프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땅값이 일년새 두배나 올랐다"면서 "자가 공장은커녕 장기 생산계획도 세우기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에 이어 공장 땅값과 임대료가 폭등하는 바람에 중소 제조업체들의 생산 원가 부담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시장 거품이 제조업 기반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인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수도권 공장용지 공급을 제한한 데에서 비롯됐다. 만성적인 공장용지 공급 부족으로 인해 기존 공장용지 값이 폭등하고 부동산 투기자금까지 몰리고 있다. 2천2백여개 중소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인천 남동공단의 경우 폭등하는 공장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규모를 줄이거나 쫓겨나는 영세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보안기기 생산을 위해 얼마 전 남동공단에 새로 공장을 임차한 S사 이을성 사장은 임대료가 당초 예상보다 2배나 뛰어오르는 바람에 공장 규모를 계획보다 줄였다. 2백평 빌리는데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3백만원을 줘야 한다는데 질려 결국 1백평만 빌렸다. 작년에 증설을 준비하면서 이곳 공장임대료가 평당 1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금을 준비했다 일년새 임대료가 폭등하는 바람에 낭패를 본 것. 공단 변두리 지역이 이 정도이고 중심지로 가면 보증금이 평당 25만원에 월세가 평당 2만5천원으로까지 치솟는다. 이 사장은 "소규모 자금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영세기업들이 1년 사이 공장임대료가 50% 이상 뛰어오르면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일류기술과 생산능력을 지닌 업체들도 수도권에서 자체 공장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해졌다고 부동산업소들은 귀띔했다. 남동 등 기존 공단에서 시작된 공장용지 가격 폭등은 수도권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확산되고 있고 자유로를 따라 파주 문산 일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파주 김포 일대의 경우 작년에 평당 20만원선이면 공장 지을 수 있는 땅을 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40만~50만원에도 힘들고 간선도로를 낀 목 좋은 공장용지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택지개발로 공장이 수용당하는 바람에 수백개 중소기업들이 생산기반을 잃게 된 화성 동탄 같은 지역에서도 공장용지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중소업체들은 "수용보상비로 새 공장을 마련하는게 불가능하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로 장비부품을 생산하는 G사는 2억5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2천5백만원을 주고 1천여평의 공장용지를 쓰고 있는데 이사갈 만한 곳의 용지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사원 이탈을 각오하고 지방으로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사 관계자는 "상가임대료 문제까지 신경쓰는 정부가 제조업 기반인 공장용지 문제는 거론조차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