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Private Banking)로 돈이 몰리면서 10억원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거부(巨富)들의 부동산 투자패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의 주식 및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 '큰손'들에게 부동산시장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발표로 쉽사리 발을 담그기에도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시장을 남들보다 먼저 읽고 한발씩 앞서 나가는 이들의 투자행태는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참고가 될만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규투자는 부담된다=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가진 큰손들 역시 신규투자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본점의 한 PB(Private Banker)는 "거액 자산가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 의지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토지 빌딩 등 보유중인 부동산상품을 다른 부동산상품으로 '교환'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신규투자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국내 경제여건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목은 상가,지역은 강남=시장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강남 지역에 위치한 부동산 상품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다. 특히 상가투자 열기가 뜨겁다. 신한은행 본점의 고준석PB는 "고객들이 요즘 상가에 부쩍 관심을 기울인다"며 "특히 강남지역에 위치한 대지 1백∼2백평짜리 지상 9∼10층규모의 상가를 통째로 매입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몇몇 고객이 이런 상가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해 왔는데 매물이 없어서 찾아주질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다른 PB는 "올초까지만해도 토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는데 요즘들어 상가쪽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분위기"라며 "특히 강남지역의 경우 아파트를 비롯해 빌딩 상가 토지 등 모든 부동산 상품이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0억원 금융자산 보유자는 수도권 아파트 선호=이들보다는 규모가 작은 1∼10억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30대후반∼40대초반의 강남 거주자들은 수도권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은행 논현지점의 김판수PB는 "최근에도 손님 가운데 수원과 평촌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돈을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별다른 금융사고 없이 15년정도 꾸준히 돈을 불려온 맞벌이 부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