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 한국의 주택가격 버블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그 후유증이 한국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와함께 연구소는 금융기관이 영업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주택담보 대출에 나섰고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회복됐는데도 건설부양조치를 확대하는 등의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올들어 정부가 4차례에 걸쳐 내놓은 주택가격 안정대책도 다른 지역의투기를 유발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연구소는 그동안 정부와의 마찰 등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이고 완곡한 표현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이번 경고와 비판은 한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 수급불안으로 주택가격 상승 연구소는 외환위기 이후 주택공급 감소를 주택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중 하나로 꼽았다. 건설업체 대량부도, 금융경색 등으로 주택공급이 줄었고 특히 서울지역의 아파트 수급이 불안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95∼96년에 연간 7만 가구를 넘었던 서울지역아파트 공급은 98년이후 5만가구 이하로 떨어졌다는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 자녀교육을 중시하는 40대 연령층의 비중이 90년대초 9.7%에서 현재는 16%로높아진 것도 강남지역 집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20∼30대와 50대이후의 연령층은 집을 고를 때 직장과의 거리와 교통문제를 중시하지만 40대는 교육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 1만명당 입시학원수가 2.3개에 불과한 성동구 등의 지역보다는 17.3개인 강남구, 12.4개인 서초구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난개발 규제, 환경평가 강화 등도 주택공급 감소의 요인이며 강남지역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투기 유발요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확대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에 나선 것도 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유발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금융기관들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저금리로 인해 국채에대한 투자도 여의치 않자 가계대출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금중 주택구입비 비중은 작년 1.4분기에 30%였으나 지난 7월에는 52.5%로 높아졌고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0년말 106조원에서 작년 6월말 190조원으로 올라갔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아울러 9.11테러이후 저금리 기조가 심해졌는데 전세값은 상승한 것도 주택수요증가요인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의 실책 잇따라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99년이후 정부가 주택경기를 계속 부양한 것도 잘못이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은 98년 10월을 저점으로 99년에 10.9%, 2000년에 8.8%의 고성장세를유지했고 건설경기가 뚜렷이 회복됐는데도 정부는 2000년에 주택부문을 넘어 지방건설,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부양으로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9월4일 조치이후 주택세제 개편 등을 둘러싸고 정책혼선이 발생하면서정부조치의 지속성에 의문이 생긴 것도 문제였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청약자격 조건과 분양권 전매행위에 대한 규제가 자주 바뀌었고 보유세보다 거래세를 강화해 장기보유 수요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당국간 이견이 노출됐을 뿐아니라 행정자치부의 재산세인상안이 국세청 기준시가 조정안을 반영하지 못했고 재산세 특별가산율에 대한 재경부와 행자부안이 달랐다고 말했다.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한국의 주택가격 급등은 과도한 가계부채와 연결돼 있는데 비해 안전장치는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급락하면 그 충격이 주택소유자에 집중되기 보다는 주택저당채권 투자자에게 광범위하게 분산되는데, 우리나라는 급락에 따른 손실이 대출자와 금융기관으로 직결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급등세가 2∼3년간 지속된 뒤 급락하면 경제불안이커지거나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주택가격 급등은 임금과 지가를 높이며 이는 인플레이션 심화와 함께고금리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근로자들은 임금상승률의 수배에 이르는 주택값 상승을 지켜보면서 근로의욕을 잃게 되며 기업들도 영업부진과 함께 설비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득수준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노사불안이 발생하는 등 사회불안이 심해지는 동시에 막대한 불로소득 등으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이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불법거래 최대한 엄벌 연구소는 일시적 세무조사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없다고 분석했다. 주택.토지 관련 전산망을 모두 동원해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추적해 중과세해야 하며 특히 서울.수도권 일부지역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분양권 전매를 통한 양도차익을 시세대로 과세하고 불법거래에 대해서는 법테두리내에서 최대한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소폭의 금리인상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정책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고 분양권 전매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유주택 가운데 1채에 대해서만 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의 대안도 연구소는 고려해볼만하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의 과잉보유나 매매차익에 대한 세율을 높이고 지역간 주택관련 세금의 형평성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업체의 회사채 발행요건 완화를 통한 후분양 방식의 전환유도, 주택구입시5년이상 장기간 대금을 납부할 수있도록 하는 장기할부주택 제도 도입 등도 대안중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