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지난 5년새 2배가량 급등한 것과 관련,건설업계 관계자들조차 "최근 서울 및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의 30%가량은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분양가 급등 요인으로 공급방식의 다단계화 기존 아파트값 상승 마감재 고급화 땅값 상승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특히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 공급체계가 시행사-시공사-분양대행사 등으로 다단계화되면서 분양가에 과도한 거품이 끼었다고 시인했다. 각 단계를 맡고 있는 업체들이 챙기는 이익이 모두 분양가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공급방식 세분화=건설업체가 사업부지 매입부터 분양까지 일괄추진하던 아파트 공급방식이 여러 단계로 나눠지면서 거품이 형성됐다.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상품의 유통과정이 세분화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체들은 땅에 돈이 묶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순시공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땅매입과 분양업무는 시행사와 분양대행회사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전체적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시행사는 아파트를 지을만한 땅을 물색해 계약한 후 시공-분양업무를 발주한다. 통상 땅값의 10%를 계약금으로 치르고 나머지는 시공회사의 대여금과 금융회사 차입금으로 충당한다. 시행사의 마진(매출액의 5∼10%)과 자금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이 모두 분양원가에 포함된다. 통상 외부의 전문기관에 발주하는 분양업무 관련비용도 분양가에 산정된다. 시행사 및 분양업무대행업체가 챙기는 이익이 분양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땅값 급등=서울에서 아파트를 지을만한 땅이 부족해지면서 토지가격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건립할 수 있는 강남지역 대로변 상업용지의 경우 2∼3년 전만 해도 평당 2천만원을 넘지 않았으나 지금은 3천만원을 넘어섰다. 지주들이 가져가는 땅값상승 차익은 고스란히 아파트분양가에 얹어진다. 게다가 시행사 난립으로 부지매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땅값은 더욱 치솟고 있다. ◆기존 아파트값 상승=재건축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기존 아파트값 상승도 분양가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업체들은 지난 98년 2월 분양가자율화 이후 '원가 개념'보다는 기존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5∼10%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다. 주택공급 부족이 기존 아파트가격을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분양가 인상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주택업체들이 분양가 인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으로 돌리고 있는 배경이다. ◆마감재 고급화=외환위기 이후 아파트 평당 건축비가 25~30% 올랐다. 97년까지만 해도 1백85만∼1백90만원이었던 평당 건축비가 최근에는 2백5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인건비 및 자재값 상승과 함께 마감재가 고급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엔 주요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빌트인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