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에게 지급되는 이주비가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사업승인이 난 저밀도지구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이주비로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집값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조합원에게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이주비만 약 5조원에 달해 이주비가 집값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주비로 다른 재건축아파트 산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잠실저밀도지구에서 1순위로 사업승인을 받은 4단지 조합원들이 이주비로 1·2·3·시영 등 주변 다른 저밀도지구 단지를 상당수 사들였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일부는 가락시영 둔촌주공 고덕주공 등 재건축 초기단계인 아파트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강남구에서도 마찬가지다. 1순위로 사업승인을 받은 도곡주공 1차 조합원들이 영동주공 개나리 AID 등 인근 청담·도곡저밀도지구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최근 들어 이주비를 받고 있는 영동주공1·2·3단지의 일부 조합원도 다른 아파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분당 야탑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영동주공 조합원들이 분당 일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비 5조원 풀린다=일선중개업소들은 아파트로 한번 돈을 번 투자자는 또다시 아파트를 사게 된다고 말한다. 송파구 가락동 L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초 재건축대상 아파트를 산 사람은 최소 1백%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며 "여기에 재미를 느낀 투자자들이 이주비에다 여윳돈을 보태 다른 재건축아파트를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것도 이주비를 다시 아파트에 투자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도곡주공1차에 이어 영동주공1단지를 산 K모씨(62)는 "사업계획 승인이 임박한 저밀도지구는 위험부담없이 상당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주비 규모가 천문학적이어서 집값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권 저밀도지구에서는 무이자이주비로 가구당 1억원 안팎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5개 저밀도지구의 43개 단지,5만1백52가구에 지급되는 이주비는 어림잡아 5조1백5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