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으로 2년만에 35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면 쉽게 믿겠습니까" 제일제당(CJ그룹) 홍보실에 근무하는 김태성과장(36.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10단지). 정부가 부동산안정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느긋하기만하다. 2년전까지만해도 그는 오르는 전세가격에 가슴을 졸이던 평범한 무주택 직장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집주인의 전세가 인상통보에 "이 집보다 큰 아파트로 이사갑니다"라고 큰소리쳤다. 김 과장은 오는 11월말이면 36년만에 마련한 "내집"에 입주한다. 내집마련의 꿈. 무주택 샐러리맨들이 결혼 2-3년 뒤 맞닥뜨리는 힘겨운 현실이다. 2년마다 적금붓듯 늘려놓은 전세보증금은 잰 걸음으로 치솟는 매매가격에 턱없이 모자라 한숨만 자아내게 한다. 이쯤되면 가진것없는 대부분 샐러리맨의 결론은 "어떻게 되겠지"하고 포기하게 된다. 이재(理財)에 밝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기댈곳도 없고... 그러나 행동으로 옮길 용기와 관심만 있다면 내집마련의 길이 생각만큼 힘겹지만은 않다. 결혼해 두자녀를 두고 있는 김 과장의 "무주택 탈출기"는 "실천의 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김 과장은 본인 표현대로 재테크와는 거리가 먼 샐러리맨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나 후배들이 과감하게 은행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할때도 "무용담"듣듯 지나쳤다. 가진거라곤 23평형 아파트 전세자금 5천만원이 전부였던 김 과장으로서는 오르는 전세값을 감당하기도 벅차 주위의 "성공담"이 먼 얘기로 들릴 뿐이었다. "젊어서 고생하자고 생각하니 집장만이 의외로 쉬워지더군요". 김 과장은 우연한 기회에 "주제넘게 서울을 고집하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선배의 충고에 눈이 번뜩뜨였다. 관심을 서울외곽으로 돌리자 모든게 손에 잡힐듯이 환해졌다. 곧바로 아파트 물색에 나섰다.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동성아파트 미분양 아파트가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5평형 아파트가 1억2천9백만원. 계약금 1천2백90만원에 중도금 6천만원은 입주후 20년 분할 상환(연이율 6%대)조건. 더할나위없는 조건이었다. 전세값이 오를 것에 대비해 "예금통장에 모아두었던 1천3백만원으로 계약금을 치르고 잔금은 전세금으로 충분하다"는 계산끝에 주말을 이용해 "나홀로" 현장답사에 나섰다. 직장에서 1시간거리. 그 자리에서 사전 신청금을 내고 계약을 했다. 5천만원으로 35평형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주위에서 출퇴근 문제를 걱정하며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죠.치솟는 전세가나 아파트값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울게 없더군요" 그런 김과장도 "아내를 설득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에는 아내가 다급한 심정으로 김 과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집 없이도 잘 살아왔는데 사서 고생하지 말자는 말도 가슴아팠지만 커가는 자식들 교육문제를 꺼낼땐 사실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과장의 선택은 단호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두번 다시 내집마련은 힘들다고 결론 내리고 밀어붙였다. 아내와 함께 다시 미래의 "우리집"을 찾았다. 두 아이들도 동행했다. 서울시청에서 차로 1시간거리. 만족할만했다. 40km 정도의 거리지만 도로가 좋아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다. 단지 옆에 유치원도 있었고 광주시 시범초등학교가 단지내에 들어서고 있었다. 전체 단지 규모가 2천가구에 달해 상가 등 편의시설도 불편함이 없다는것을 확인하고서야 아내도 고집을 꺽었다. 금상첨화라고 했던가. 올 3월까지만해도 1백만원대에서 맴돌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근들어 4천만원가까이 치솟았다. 분양권가격이 1억7천만원을 웃돌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근에서 공급되고 있는 같은 평형의 아파트 분양가가 1억7천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요즘요.아내가 평생 엎고 다니고 싶답니다(웃음).얼마전 집주인이 전세값을 3천만원이나 올려 달라고 했을 때 자다가 벌떡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이사갈 내집이 없었다면"하고 생각하니 머리털이 곤두서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김 과장은 "주5일 근무시대에 이만한 전원형 아파트를 내집으로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행복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