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부동산값이상급등 현상을 제어할 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경제여건과 조세저항 등을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투기대책이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면서 오히려 부동산값 상승을 간접적으로 부채질해 소득계층간 위화감 심화라는 부작용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 및 세제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하는 부동산값은 결국 경제전반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동산을 보유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금융및 세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투기 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값이 급증한데 이어 비강남권 역시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명목경제성장률을 웃도는 부동산값의 이상 급등이 실물경제에 거품을 몰고와 미국 경제침체 등 외생변수에 영향을 받을 경우 자칫 성장추세에 있는 국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지난 9일 부동산투기혐의자에 대한 자금출처조사와 재건축추진 요건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정한 시점에서의 금리 인상과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양도소득세면세요건 강화 등 대책을 놓고 고심중이나 '동전의 앞뒷면' 같아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금리인상 = 정부는 금리인상이 부동산값 안정에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사상 초유의 저금리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많은 가계들이 주택담보대출 형식으로 부동산 구입에 앞다퉈 나사고 있어 부동산값의 상승 기반이 상당히 단단하게 다져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를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서는 시중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금리인상은 부동산값 뿐만아니라 경제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뜻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금리인상은 경제전반에 걸친 다양하고도 복잡한 요인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금리조정 책임을 맡고 있는 한은에 부동산값의 이상 급등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해 정부가 금리인상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지만 유동성 축소가 부동산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내수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금리인상이 부동산시장 과열현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가장 좋은 대책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현재 국내 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에는 국내 경기가 과열조짐까지 빚을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고 미국경제도 바닥에 이르러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하반기에는 콜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경기도 불투명한 상황이 전개돼 이같은 입장은 물건너간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외 투자은행들은 당초 연내에 콜금리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꿔 내년 상반기 콜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 재산세 과세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보유과세 강화 역시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지만 국민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강북의 같은 평형 아파트의 경우 시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재산세 등은 별 차이가 없다. 조세전문가들은 현재 시가의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재산세 과세표준액을 시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려는 심리를 차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세인 재산세제 개편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재산세를 인상할 경우 국민 전체로부터 심각한 조세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개편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현재보다 낮춰주고 높은 시가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높이는 등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세금경감 혜택을 받게 되는 계층이 늘어나게 돼 조세저항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세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시가를 반영한 보유과세 강화는 자신의 소득수준보다 높은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심리와 투기목적으로 여러채의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부동산투기자의 투기심리를 억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 정부는 주택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1가구 1주택보유자는 2년이상만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세해 주는 특례제도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마련해 두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단순히 부동산을 2년이상 보유했다고 양도세를 아예 내지 않게 하는 제도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세금의 기본취지를 외면하는 것으로 이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모든 주택을 양도할 때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양도세를 과세하되 기본경비나 소득공제 등을 충분히 해 주어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시행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2년이상 보유 요건을 '5년이상 보유 및 거주' 등의 방식으로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세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양도세의 비과세 요건이 지나치게 많아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경우에도 부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양도세제 개편이 주택경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