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급등세가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고 있어 사회불안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 불안심리가 퍼지면서 집값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상승 지역도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집 없는 서민들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지난 88∼89년의 집값 폭등세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또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집값 급등세가 정부의 대책 발표 직후 양천구 강서구 광진구 노원구 등 서울의 비(非)강남권은 물론 분당 일산 평촌 신도시 등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팔려고 내놓은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도 뜀박질하고 있다. 심지어 하루 사이에 20평형대 소형아파트는 1천만원 이상, 중대형은 1천5백만∼3천만원 이상 값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우성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지난 주말 3억4천만원에 머물던 매도호가가 이날 3억6천만원으로 뛰었다. 현지 부동산업소들은 "정부의 8.9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지역의 큰손들이 몰려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노리고 매물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면서 "이달 중순부터는 불안감을 느낀 실수요자들까지 가세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극히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산 주엽동 강선마을 동문아파트 22평형의 매매가도 지난주에만 1천5백만원이 올라 1억5천만~1억7천5백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수원시 매탄동 주공아파트 17평형도 최근 1천만원 이상 올랐다. 남양주시 도농동 일대 아파트들도 최근 2주 사이에 1천만~1천5백만원가량 가격이 급등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도 과열되고 있다. 7,8월 두달간 평균 청약경쟁률이 사상최고치인 9.2 대 1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 대란까지 걱정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평균 40% 가량 오른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값이 다시 집값을 밀어올릴 뇌관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주택시장은 재건축 규제나 세무조사 등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일뿐더러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집값안정 카드도 마땅치 않다는 것을 시장은 꿰뚫고 있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집값의 고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