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후의 보루는 국세청이다.' 국세청이 서울 강남지역에 불고 있는 투기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세대별 자금출처 조사'라는 칼을 빼들자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과열 등 시장흐름에 이상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어김없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국세청이 이번에도 마무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투기 열기로 한껏 달아올라있던 강남지역 재건축대상 아파트시장은 22일 국세청의 '대책'이 발표되면서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국세청의 초강력 대책이 과거와 같은 '약효'를 보일 것인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은 투기 열풍이 수그러 들었다고 할만한 가시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사전 검토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강도높은 처방을 내놓는 데 따르는 부작용 가능성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손영래 국세청장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국세청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서울 종로 국세청 청사 14층의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투기꾼들이 돈 싸들고 강남에 몰려드는걸 그냥 내버려둘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말로 이번 조사가 강도높게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손 청장은 "경계가 모호한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해서 처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른 부동산을 팔아 재건축에 투자한 사람까지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한 모든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돼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손 청장이 이번 결정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간단치 않아보인다. 세금 탈루를 통한 투기 혐의자들을 송두리째 가려냈고,그들을 대상으로 세대 전체를 뒤지다시피 자금추적 조사를 하는 것은 국세청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이다. 세금탈루 용의자 4백83명의 투기 유형이 발표되자 "지금까지 국세청은 뭐하고 있었던 것이냐"며 세원관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이래저래 국세청으로서는 '배수진을 치고' 자금출처 추적조사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청장이 본청의 조사3과 직원 20명 전원을 비롯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 2백여명 등을 총동원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가 빚은 강남 재건축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마지막 '해결사'로 나선 손 청장의 승부수가 어떤 성과를 낳을 것인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 약력 > 1946년 전남 보성 출생 광주고,연세대 행정학과(66학번) 1972년 12회 행정고시 합격 1996년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과장 1997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1999년 국세청 조사국장 2000년 서울지방국세청장 2001년 13대 국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