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외국인 주택단지의 언덕배기에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앉아있는 "이태원 송씨주택". 우선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원시 주거형태인 움막의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형상화한 모습이 독특하고 이색적이기때문이다. 이 집은 두가지 중요한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살기 편한 공간으로 태어났다. 하나는 주변환경에의 순응이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형태의 대지와 지붕의 활용이다. 이 집의 터는 원래 채소를 심고 가꾸던 텃밭이었다. 세개의 계단모양으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남쪽의 제일 낮은 단과 북쪽의 높은 단이 각각 도로에 맞닿아 있었다. 각각의 단차는 집의 반층 높이 정도였다. 이 터를 그대로 살려서 집을 앉혔다. 특히 경사계단의 단차이에 따라 거주공간을 이용해 집을 지어 새로운 느낌의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진입부문과 거실,정원부분에 반층차이의 변화를 줬다. 이로인해 넓지않은 공간이지만 입구에서 걸어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지형을 훼손하지않고 그대로 집을 앉힌 배치상의 매력외에도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강한 개성을 뿜어내는 외관이다. 패션디자이너인 집주인은 주택의 외부에 개성이 잘 드러나게 설계해 줄 것을 주문했다. 고민끝에 건축가는 주거공간의 원형인 움막을 설계컨셉트로 정했다. 현대적이면서도 강한 개성 표현을 위해 모서리가 다듬어지지않은 정삼각형을 그대로 외관에 사용했다. 정면에서 보면 크기가 다른 이등변 삼각형 2개의 밑변 모서리를 땅바닥에 심어놓은 것 같은 형상이다. 이로써 두개의 지붕은 45도로 경사를 이루며 지표까지 맞닿아 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크고 작은 두개의 경사지붕이 내뿜는 원색적인 조형미가 압권이다. 앞면 외벽엔 짙은 회색의 거친 돌을 붙여 차분한 분위기를 냈다. 내부는 2층으로 구성돼 있다. 각 층의 방 창문은 지붕을 뚫어서 만들었다. 경사지붕에 드러난 크고 작은 창문형태는 또 다른 구성미를 연출한다. 이 집은 전체형태가 삼각형이어서 위로 갈수록 실내공간이 작아진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해서 1층엔 어른들의 공간을, 2층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각각 마련했다. 또 그 위에 지붕방을 하나 들였다. 이 지붕방은 온가족이 모여 정을 나눌 수 있는 공용공간이다. 삼각형의 외형에서 생긴 틈새를 놓치지 않은 설계자의 안목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실내 평면은 대지조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층별 구분을 해서 실용성을 높였다. 입구 현관부와 거실,집주인이 쓰는 패션스튜디오,식당과 아동방들이 각각 반층차이로 이어진다. 일반주택과 비슷한 높이로 층고를 두면 위층으로 갈수록 공간이 너무 좁아지기 때문에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2층의 어린이방은 경사천장으로 만들어 재미있게 꾸며졌다. 내부의 다단계 층은 여러가지 효과를 낸다. 거실에서는 식당이 내려다 보이고 계단도 훤히 보인다. 또 정원바닥이 거실과 바로 붙어있어 편안하게 내외부의 소통이 이뤄진다. 기능이 다른 2개의 공간을 맞붙여 새로운 효과를 내도록 한 "파노라마형" 공간배치가 신선하다. 이 집은 옹색한 대지를 해치지않고 공존하면서도 외형과 공간을 멋지게 살려낸 매력이 묻어나는 집으로 꼽을 만하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 건축메모 *설계:큐빅디자인연구소 조성렬(02)556-7903. *규모:건축면적-58.7평,연면적-108평 대지면적-152평, 지하1층 지상2층. *위치: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구조:조적조,철근콘크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