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公共) 공사 입찰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가 다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정부가 작년말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은 업체들에 대해 다른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도록 제재조치를 취한데 이어 두번째 손질이다. 이는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한 지 1년반이 지나도록 저가 낙찰과 덤핑경쟁이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저가 낙찰로 인한 부실공사의 우려 △원도급 업체와 하도급 업체간 불공정거래행위 빈발 △시공과정의 잦은 설계변경 등의 부작용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대대적인 제도개선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저가 수주 실태 작년 1월부터 1천억원이상 규모의 공공 공사를 대상으로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면서 건설업체간 덤핑수주와 과당경쟁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올들어 발주된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 10건의 평균 낙찰률(낙찰가÷확정예정금액)이 65.7%에 불과하고 건당 입찰신청 및 입찰자격 사전심사(PQ) 통과업체도 20개 이상에 달하는 등 과당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낙찰률은 적격심사제를 채택하고 있는 1천억원 미만 공사의 평균 낙찰률(85∼88%)에 비해 20%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최저가 낙찰제 시행 첫 해인 작년에도 업체들의 출혈 경쟁과 덤핑 수주 현상은 심각했다. 작년 4월말 발주된 원덕∼근덕간 도로 확.포장 공사의 경우 50개업체가 PQ 심사를 통과하는 등 공사입찰때마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낙찰률도 65%에 불과했다. 작년의 경우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발주된 47건의 공공 공사 가운데 11건(23.4%)이 60%이하의 낙찰률(낙찰가÷공사예정금액)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 6월 발주된 평택항 동부두 축조공사의 경우 확정예가 1천1백76억여원의 59.8% 수준인 5백90억5천7백90만원에 낙찰돼 가장 낮은 가격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송도신도시 2,4공구 기반시설 1-1공구 및 1-2공구 건설공사와 부산 경남권 경마장 건설공사, 익산∼포항 고속도로 익산∼장수간 건설공사, 고속도로 제45호선 현풍∼김천간 건설공사 등이 58∼59%의 낮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 시장 분위기 정부가 작년 상반기 공사를 예정가의 70% 미만에 수주하는 업체에 대해 공사비 전액을 보증이행서 발급기관에 담보로 예치하도록 규제를 강화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의 보완대책이 약발을 보이기는 커녕 예상치 못한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짜 건설업체들의 최저가 낙찰제공사 기피현상이다. 재정경제부는 작년 12월 최저가 낙찰제에 부실감점제를 도입, 입찰예정가격의 70% 미만에 공사를 따낸 업체는 사실상 턴키나 적격심사대상공사의 PQ 통과를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자 시공능력과 재무구조가 좋은 우량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건설협회 정책개발실 이충렬팀장은 "그동안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수주한 업체중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시공능력 상위업체는 물론 계룡건설 남양건설 등 재무구조가 튼튼한 중견건설업체들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준비중인 개선안 정부는 그동안 몇차례 실시한 최저가 낙찰제 보완대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기로 했다. 최저가 낙찰률을 억지로 높이려는 대신 부실공사의 요인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저가심의제 도입과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직접 지불하는 방안이 제도개선의 핵심내용이다. 정부는 제도개선에 나서면서 업체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데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조사를 통해 낙찰가격의 합리성을 분석하는 입찰가격 평가 △업체의 시공능력을 점검하는 공사 난이도 △부실공사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하도급관리계획 등 세부 실천방안을 마련중이다. 공사대금의 일부를 하도급업체에 직불하는 방안은 업체간 불공정행위에 따른 부실시공의 가능성을 줄이는 한편 영세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완화해 주겠다는 포석이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