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에 브랜드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업체들이 그동안 업체이름을 붙여 공급해 오던 관행에서 탈피,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분양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엔 이름 없는 아파트는 분양 자체가 어려울 정도란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로 주택공급을 하고 있는 업체는 1백50여개사 안팎이란게 업계의 분석이다. 웬만큼 주택을 공급하는 업체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두 망라돼 있는 셈이다. 브랜드 열풍은 아파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택 유사상품인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등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임대 가치가 비중이 더 큰 이들 상품은 아파트보다 브랜드 마케팅이 더욱 뜨겁다. 인기 브랜드가 될 경우 분양률은 물론 향후 임대가치에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객만족경영의 새로운 변화 =주택업체들의 브랜드 마케팅 열풍은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크게 달라진 생활.경제환경에 업계가 대응해 가는 한 과정이란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동안 국내 주택업체들은 고객 배려보다는 시장의 수요변화와 주택정책.제도 등 외부 환경요인에만 초점을 맞춰 기업경영을 해왔다. '땅사고 울타리 치면 불티나듯 팔리는 만성적 공급부족 시장 상황'에서 굳이 품질과 신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주택보급률이 상승하면서 2000년대에는 만성적 공급부족 상태가 어느정도 해소됐다. 이로 인해 고객들의 품질요구가 크게 높아졌고 주택업체간 경쟁까지 심화됐다. 이같은 시장변화에 업계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업계가 기업의 신뢰구축과 품질향상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시킨게 최근의 브랜드 마케팅이다. 지난 99년도부터 자연스럽게 롯데건설 등 대형업체들은 브랜드를 개발, 경쟁적으로 선을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브랜드 마케팅 열풍 가속 =브랜드 주택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면서 업체간 브랜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수요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분양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 바람이 거세다. 대형업체는 물론 중소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자체 브랜드를 가진 업체는 1백50여개 업체에 이른다.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 소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중소형 업체까지 합하면 2백여개가 넘을 것이란게 주택업계의 설명이다. 이렇듯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다보니 최근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차별화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찍이 브랜드를 만들어 재미를 본 대형업체들의 경우 인지도 향상에 수십억~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후발 중견업체들은 정체불명의 브랜드보다는 순우리말과 한자 등을 섞어서 브랜드를 차별화고 있다. 영어계열 외국어를 조합해 세련미를 강조하고자 했던 것과 달리, 간결한 의미전달과 부드러운 느낌으로 친근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효성은 최근 기존 브랜드를 '백년家약'이란 한글 브랜드로 바꿨다. 한신공영도 기존 브랜드를 버리고 '인간(人)과 자연(木)이 조화된 아파트'라는 의미의 '휴(休)'라는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새이름으로 이번 동시분양에서 선보인 단지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성도 연초 '미소지움(MISOZIUM)'이라는 한글형 브랜드를 내놓다. 브랜드를 2~3개로 가지고 차별화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오피스텔과 주상복합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상품의 경우 브랜드를 별도로 사용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일부는 같이 쓰기도 한다. 임대수익형 주택상품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에 따른 영향력이 아파트보다 크다.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는 분양률은 물론 수익률, 미래가치와도 직결된다. 서울 수도권에 지난 2~3년새 자체 브랜드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업체는 50여개사에 이른다. 오피스텔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오피스텔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지난해초부터다. 최근에도 오피스텔 신규브랜드 제정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SK건설 삼성물산건설부문 등 3개 업체는 최근 '하이엘', '허브', '에이퍼스' 등의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두산건설은 위브센티움이란 신생 브랜드로 상반기 오피스텔 시장을 선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현준식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택업계의 브랜드 마케팅은 고객중심 경영체제로 변신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품질향상을 소홀히 하고 브랜드홍보에만 집중할 경우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