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의 아파트 가수요 거품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재건축아파트와 신규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 과열과 가격 널뛰기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게릴라성 집중 호우"에 빗대어 진단한다. 무더위(저금리)에 수증기(여유자금)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바람(작전세력)을 타고 다니면서 한 곳에 집중적으로 비(청약)를 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수요자들이 단기차익을 겨냥한 투기세력들의 치고 빠지기식 작전에 휩쓸리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묻지마 투자"를 경고하고 있다. ◆시장 현황=지난 6일 끝난 7차 서울동시분양 1순위 청약결과 평균 경쟁률은 1백68 대 1을 기록했다. 여름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수요자들이 다음달부터 분양권전매 제한이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무조건 넣고 보자'는 식으로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금호동 한신휴 아파트 한 곳에만 전체 신청자의 82%인 6만3천1백여명이 몰리는 등 웃돈이 붙을 만한 곳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남양주를 중심으로 청약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남양주는 작년까지만 해도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혔던 지역이다. 하지만 올들어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1순위에서 마감되고 단지별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웃돈이 치솟아 전문가들조차 의아해 하고 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권의 영동주공,은마아파트 등은 사업승인이나 시공사 선정 등을 전후해 최고 1억원까지 값이 올랐다. 하지만 재료가 노출된 지 일주일도 안돼 이들 아파트는 2천만원 이상 매도호가가 내렸다.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시점을 전후로 과열양상을 빚었던 강동구 고덕주공 단지들도 당시보다 값이 3천만∼4천만원씩 떨어진 채 거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투자주의점=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오피스텔 상가 등을 빠져나온 뭉칫돈이 다시 아파트로 몰리면서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호재가 없는 데도 떴다방 등의 바람몰이에 일반인까지 휩쓸리고 있어 투기꾼과 실수요자를 구별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낮아 작전세력이 내집마련에 나선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작전을 벌이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수도권은 계약초기에 형성된 웃돈이 계속 유지될 만한 곳이 드문 데다 금리가 오르면 수요기반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며 "저금리 기조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금여력은 물론 입주 후 생활여건 등을 충분히 따져본 뒤 청약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