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서운해하는 토목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싶었습니다." 원로 토목인이 사재 30억원을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대한토목학회에 기증해 화제다. 토목건설 용역업체인 삼안코퍼레이션의 김형주 회장(78)이 주인공. 김 회장은 25일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는 토목인들이 일반인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기증 사유를 밝혔다. 학회측은 김 회장의 이런 뜻에 따라 김 회장의 호를 딴 '송산(松山)상'을 제정,토목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4명을 선정해 매년 9월께 시상하기로 했다. 학회측은 현재 첫 수상자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50여년간 토목 분야에서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1950년 옛 건설부 공무원으로 토목직에 처음 몸담았다. 그는 "그 땐 해방 직후라 도로든 항만이든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었다"며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토목 분야만큼 보람되는 일은 없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평소 건설현장에서 뛰고 싶었던 그에게 공직은 그다지 내키지 않아 10여년만에 공직을 떠나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그가 스스로 손에 꼽는 자랑거리는 지난 75년 충주댐 건설 때 설계와 감리 등 용역사업을 담당한 일. 당시 부지 선정 문제로 정부 일각에선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3년간 관련 부처 공무원 등을 찾아다니며 댐 건설의 필요성을 설득해 마침내 승낙을 얻어냈다. 김 회장은 지난 97년부터 현직에서 물러나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궁리해오다 이번에 기금을 마련키로 한 것. 그는 "토목공학의 발전과 토목기술자들의 지위 향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