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포스코(옛 포항제철)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등 대형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의 도전이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개 기업은 공기업 중에서도 높은 기술력과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어 민영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그러나 한국전력 한국철도 가스공사 등은 이들 기업보다 수익기반이 약한데다 공공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정부가 민영화 드라이브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민영화 과제를 점검해 본다. 네트워크 산업은 그대로 남아=포스코와 한국통신 등은 과거 공기업이 누려온 독점적 특권을 활용,세계적 경쟁력을 갖춰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주인찾기 작업을 그만큼 수월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전력 한국철도,가스공사 등은 이들 기업보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또 규모의 경제 및 통합 효과가 높은 네트워크 산업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어 민영화가 과정이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봄 전력 및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를 반증한다. 정부는 우선 한국전력의 화력발전사 5개 가운데 1개사에 대해 우선 올해 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달 중순 대상업체를 선정한 뒤 경영권 매각과 상장후 매각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각 대상으로 선정된 자회사 직원들의 반발 등으로 원활히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철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철도산업 발전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이 아직도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정권 말기라 이 민감한 사안을 누가 다시 불을 붙이기 어려울뿐 아니라 당장 "표"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가 이를 처리하려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한국가스공사법"이 국회 통과가 지연됨에 따라 분리 매각이 언제쯤 이뤄질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업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수요자들이 그대로 기다리란 법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가스공사측도 구조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LNG(액화천연가스)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는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만들어 10년을 끌어온 두 공사 통합문제를 마무리 짓고자 했다. 그러나 야당은 양 조직의 갈등과 통합공사가 거대 부실공사로 전락할 가능성 등을 들어 통합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로서도 거대 야당이 이처럼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단을 찾기 힘든 형편이다. 상반기로 예정됐던 통합이 지연되자 양 공사측은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건교부와 기획예산처도 더 이상 손쓸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