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두고 유명 학원과 학교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전세시장에서 지역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등 전세값이 비싼 지역은 매물이 남아돌고 있는 반면 개포동과 일원동 등 상대적으로 전세값이 싼 곳은 수요가 늘면서 매물난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지역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여전하지만 지난해 너무 오른 전세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값이 비싼 곳은 '방학특수'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포동 일대는 매물난=인근의 도곡동이나 대치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 값이 싼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는 재건축 이주수요에 이어 방학기간 동안 이사를 마치려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매물난이 심화되고 있다. 저층에 소형평형으로 이뤄진 개포 주공1∼4단지의 경우 재건축이 진행 중인 도곡주공 이주수요가 연초부터 꾸준히 유입돼 매물이 거의 없다. 또 20∼30평형대가 많은 개포 주공4∼7단지도 방학기간을 이용해 이사하려는 수요자들이 이어지면서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이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소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일대 전세 값도 지난 3∼4월보다 평형별로 5백만∼1천만원 올랐다. 개포 주공 고층 23평형의 경우 전세 값이 1억5천만∼1억6천만원,31평형은 2억원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일원동 일대도 25평형이 1억7천만∼1억8천만원,30평형은 2억5천만∼2억6천만원으로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동 부동산닥터 안현숙 사장은 "개포동 쪽은 대치동이나 도곡동과 사실상 같은 학군을 끼고 있으면서 전세 값이 5천만원 이상 저렴한 편이어서 전세 집을 찾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당분간 매물부족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도곡동 일대는 썰렁=명문 학군이라는 유명세로 지난해 전세 값이 크게 올랐던 대치·도곡동 일대는 개포동쪽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전세 값이 워낙 비싼 곳으로 인식되면서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어져 중개업소마다 매물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에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잇따라 건립돼 매물이 남아돌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 값도 움직임을 멈춘 채 일부 단지는 값이 소폭 하락한 상태다. 대치동 삼성래미안 26평형은 2억3천만원,33평형은 3억3천만원선,도곡동 청실아파트 31평형은 2억∼2억1천만원으로 석달째 가격변동이 없다. 대치동 붐타운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건이 나오기 무섭게 거래됐지만 인기가 높은 20∼30평형대마저 일주일 넘게 찾는 사람이 없다"며 "매매계약의 경우 4월부터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동주공 아파트도 일부 월세 물건을 중심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채 비어 있는 곳이 많고 전세 값도 최근들어 5백만원 정도 빠졌다. 금잔디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3평형 월세의 경우 보증금 5백만원에 월 50만∼55만원선이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