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월드컵 역풍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다음달 초 실시되는 서울지역 5차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이번주 모델하우스를 대거 오픈했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이 때문인지 업체들은 벌써부터 5차 동시분양의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5차 동시분양의 경우 월드컵 영향으로 청약열기가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월드컵 기간 중 휴지기에 들어간 분양시장이 대회가 끝난 뒤에도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하우스 앞당겨 개장=동시분양 참여업체들은 보통 매월 마지막 금요일 모델하우스를 개장한다. 그러나 이번 5차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이번주 화요일(28일)부터 모델하우스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30일에는 하룻동안 모두 10개 업체가 모델하우스를 선보였다. 월드컵 개막일(31일)을 피해 일찌감치 손님 끌기에 나선 것이다. 월드건설 조영호 부장은 "월드컵 뿐만 아니라 '차량 2부제'도 모델하우스 방문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서둘러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내방객 발길 뜸해=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 월드건설의 모델하우스.문을 연 지 3일째지만 내방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하룻동안 방문객이 1백80명에 그쳐 문을 열자마자 내방객들이 몰려든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30일 문을 연 신도종합건설의 모델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의 모델하우스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우건설이 30일 여의도 통일주차장 부지에서 개장한 모델하우스도 한산했다. 이 회사가 성동구 '금호10재개발구역'에서 선보이는 아파트는 5차 동시분양 물량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고 있지만 모델하우스 분위기는 예상 밖으로 한산했다. 지난 28일 강남구 대치동에서 문을 연 현대건설의 방배 현대홈타운 모델하우스에도 이날 내방객은 1백여명에 그쳤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분양 시기를 잘못 택한 게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률 하락 가능성 높다=부동산 전문가들은 5차 동시분양의 청약률이 이전 청약률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청약하는 사람이 3만명 정도는 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5차 동시분양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쟁률은 낮아지겠지만 미분양 사태는 없을 것으로 업체들은 보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낮게 조정된 만큼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찾는 사람은 드물지만 문의전화는 시간당 2백여통씩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김진수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