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왕으로 모십니다" 주택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궁(宮) 이름이 들어가는 브랜드를 적극 개발하면서 '궁전 마케팅' 전략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궁'이라는 어휘가 주는 중후함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사업부지가 옛 궁궐 인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소비자에게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4차 동시분양에서 연희동에 내놓은 아파트 광고카피를 '연희궁의 부활'로 잡은 성원건설은 아파트 이름도 '상떼빌-팰리스'로 정했다. 성원건설 관계자는 "연희궁은 조선 2대 임금인 정종이 머물던 곳"이라며 "궁이들어섰던 인근 지역임을 강조, 명당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아파트 품격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러한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 오피스텔 '광화문-오피시아'를 분양하고 있는 현대건설도 분양테마 중 하나를 궁궐 인근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잡았다. 오피스텔 부지가 옛 경희궁과 덕수궁 중간위치여서 고층부에서는 남쪽으로 덕수궁을, 북쪽으로 경복궁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고지에도 옥좌에 앉은 사람이 경복궁을 내려다보는 사진을 실어 중후함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궁의 이미지를 이용한 '궁전 마케팅'의 효시는 쌍용건설이 지난해 5월 분양한종로구 내수동 주상복합아파트 '경희궁의 아침'으로 알려져 있다. 경복궁을 비롯, 조선시대 각종 궁궐이 들어서 있던 광화문 인근은 지금도 청와대를 비롯, 정부종합청사, 각국 대사관 등이 밀집한 행정의 중심지라는 사실에 착안,건물명도 당시로서는 드문 한글 이름을 택했다는 것이 쌍용건설의 설명이다. '경희궁의 아침' 이후 이 지역에 분양된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은 유난히 궁전이나 지역적 특색을 강조한 이름이 많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보스코산업은 지난해 9월 덕수궁과 이웃한 종로구 신문로에 주상복합 '킹덤타워'를 분양했으며 금호건설도 11월 종로구 내수동에 오피스텔 '용비어천가(龍飛御千家)'를 선보였다. 사내공모를 통해 결정된 이 명칭은 조선왕조 창업을 노래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응용, 1천여실에 달하는 공급물량(千)과 주거시설(家)을 상징하도록 문구를변형했다는게 금호건설의 설명이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벽산건설도 내수동 도렴 19지구에 내놓은 오피스텔 이름을'광화문시대'라고 지었으며 대한주택공사도 지난 1월 내수동에 '파크 팰리스'라는주상복합을 분양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