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나무 바람 물 돌...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겐 듣기만해도 가슴 깊숙한 곳에 파문을 일으키는 자연의 파편들이다. 이렇듯 싱싱한 자연의 요소를 집안 구석구석에서 항상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살맛 날까. 모든 이들이 마음 한구석에 하염없이 담고 사는 아쉬움이자 동경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메종 드 나뛰르(Maison de Natare)".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이같은 동경을 현실에서 실현시켜주는 아름다운 집이다. 앞쪽으론 서울 전경이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오고 뒤쪽으로는 인왕산이 병풍처럼 둘러진 부암동 산자락에 자리를 틀었다. 자연속에 포근히 안긴,자연과 불편없는 조화를 시도한 집이기도 하다. 부르기에도 듣기에도 다소 생경한 집이름이지만 이런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기 위해 붙여졌다. 이 집에는 산자락을 흐르는 바람과 따스한 빛이 막힘없이 흘러다닌다. 경사가 심한 부지 특성을 감안,경사 윗 부분에 맞춰 아래부분을 평평하게 북돋았다. 이로인해 집안에 들어온 산바람은 사람 내음을 싣고 어디론가 흘러갈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집 중앙이 비워져 있다. 집의 몸체는 뒷부분 경계선을 따라 "ㄷ"자형으로 둘러서 있다. 이같은 배치로 만들어진 중앙의 빈터가 이집의 핵심이다. 가운데엔 사철 푸르름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소나무가 버티고 있다. 원래 있던 소나무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입구 계단 옆으로는 자그마한 연못을 둬서 물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다. 이 집의 창문은 대부분 서쪽을 향해 뚫려 있다. 크기와 위치 모양 등을 달리하면서 각자 다른 모습으로 개방돼 있다. 서향 빛이 강하게 드는 집터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이로써 집안에 쏟아지는 햇빛은 산바람 나무 연못의 물 등과 어우러지면서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는 또 다른 열린 틈을 통해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처럼 치밀하게 계산된 틈새와 여유공간이 맞물려 자연과 손을 맞추도록 구성돼 있다. 도심 주택이 지어질 때 이 정도의 세심한 자연배려와 조화를 생각하는 집은 흔치않다. 틈새와 여유공간이 어우러진 조형미와 공간 구성미외에도 이 집에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가 있다. 거실 침실 등 생활공간과 이어지는 데크(외부에 붙여진 마루공간)가 그것이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붙여놓아 사람들이 외부공간과의 거리감을 없애도록 배려했다. 특히 앞쪽에 넓직하게 마련된 데크는 압권이다. 경사진 집터에서 일종의 마당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갈색 쪽마루를 붙여 만든 데크의 중간에는 땅바닥에서 올라온 바위를 그대로 드러냈다. 나무 줄기도 그대로 살려놓았다. 마루바닥에 자연스럽게 솟구친 바위에 걸터앉으면 멀리 서울 전경과 인왕산 풍광이 막힘없이 눈으로 들어온다. 외형의 구성미와 조형미도 탁월하다. 대부분의 집들은 커다한 몸체에 자잘한 변화를 줘서 외형이 구성된다. 그러나 이집은 방 거실 복도 등의 주요공간이 각자 다른 형태로 연결돼있다. 각 공간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정교하게 붙어있어 색다른 구성미를 보여준다. 집안의 공간구성은 전통건축의 핵심요소를 새롭게 적용시킨 것같은 느낌이 든다. 대청마루 기단 채나눔 마당 정원 등 전통건축의 핵심 요소가 고르게 배어있다. 집의 앞쪽을 비워서 소나무와 연못이 어우러진 공간을 마련하고 입구를 중심으로 공간기능에 따라 집을 나누는 채를 나눈 것 등은 모두 전통건축 요소를 담아낸 것이다. 문을 열고 소나무 정원을 지나 올라서면 거실과 침실을 찾아가는 복도가 이어진다. 이들 공간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맛깔스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건축가는 처음부터 이런 계획을 갖고 설계를 한 것이다. 각 자의 공간들이 영화속 장면처럼 서로 긴밀한 연계성을 갖고 이어져 있다. 건축설계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영화제작과 무용연출 등에까지 손을 펼치고 있는 건축가의 이력이 묻어나는 것 같아 흥미롭다. "메종 드 나뛰르"는 생경한 이름만큼이나 많은 색다른 매력이 넘쳐난다. 겉으론 자연친화를 외치면서도 실상은 전혀 딴판인 주변의 많은 집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무채색의 노출 콘크리트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건축메모 규모:대지면적-280평,연면적-48.8평,건폐율 22.5%,지상1층. 위치:서울시 종로구 부암동,구조-철근콘크리트조. 설계:아뜨리에 데스빠스 전인호 (02)887-7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