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분부터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려던 서울시의 조치가 실효를 못거둔 채 업계의 반발만 사고 있다. 자칫하다간 서울시의 분양가 규제 지침을 둘러싸고 업계와 서울시간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24일 발표된 이번 4차 동시분양 참가업체들의 분양가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분양가격을 주변시세와 엇비슷하게 맞추거나 소폭인하에 그치는 등 "시늉"만 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작심하고 시행에 나선 첫 조치인 만큼 내부의 불만을 감추고 "체면치레"로 응대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업계는 이날 서울시가 주택건설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를 무시한 채 표준건축비와 공시지가,주변시세 등 몇개의 간단한 요소만으로 분양가를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늉만 낸 분양가 인하=이번 4차 동시분양의 분양가격은 급등세를 보인 작년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변시세 수준으로 맞추거나 소폭 하향조정 하는 등 눈가림식 인하에 그쳤기 때문이다. 4차 동시분양에는 지난번 동시분양 당시 "분양가 급등논란"을 일으킨 대치동 동부센트레빌과 신사동 중앙하이츠 같은 "노른자위 단지"는 없다. 강남구에서 유일하게 선보인 엑스인하우징의 "역삼 트레벨"15평형은 평당 1천1백30만원선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과 비교하면 상당히 인하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차피 동부센트레빌은 입지나 단지규모,평형 등에서 차이가 커서 비교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엑스인하우징의 분양가가 인하된 것이라는 분석은 무리다. 서초구 방배동 "대림 e-편한세상"은 기준층을 평당 1천2백96만원에 내놨다. 3차 동시분양에 선보인 방배동 "롯데 캐슬포레스트"(81평형)의 평당분양가 1천4백70만원보다는 낮다. 하지만 올해 분양된 방배동 "대림 e-편한세상 2차"와 서초동 "롯데 캐슬 쥬피터"의 분양가 1천2백99만원과 1천2백77만원과는 큰 차이가 없다. 서초구 잠원동 두산도 23평형 분양가가 평당 1천2백만원에 책정돼 주변시세나 인근 신규분양단지에 맞먹는 수준이다. 은평구 증산동 문영마운틴(34평형)은 평당 6백35만원선이다. 지난해 12차에 선보인 구산동 "경남 아너스빌"(5백40만원선)보다 비싸지만 구산동"세화2단지"(7백22만원)보단 싸다. 이 곳 역시 주변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강서구 등촌동 보람아파트 32평형은 6백60만원 안팎에서 책정됐다. 반면 내발산동 길성은 32평형의 평당 분양가가 6백98만원이다. 올해 인근에서 분양된 "태승 훼미리""심미 에셈빌"등이 6백70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하거나 비싸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홈타운 53평형은 평당 1천50만원 안팎에 분양가가 정해졌다. 인근 극동2차 55평형(평당 1천90만원)과 비슷하게 맞춰졌다. 반면 일부는 "성의표시"를 한 곳도 있다. 마포구 공덕동 "삼성 래미안"은 24평형을 평당 7백67만원,32평형을 7백95만원에 내놓아 8백만원대를 넘기지 않았다. 주변시세가 평당 9백만원을 웃돌고 있어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이 문제인가=분양가 책정기준과 원가분석 체계가 치밀하지 못하다는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시장논리를 들먹이며 "분양가 과다책정 여론"를 의도적으로 묵살하는 주택업계도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서울시는 이번 4차 동시분양분부터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비슷하거나 높으면 해당 자치구에서 주택업체의 산출내역서를 받아 건축비가 평형별 표준건축비(평균 2백30만원)보다 30%이상 높거나 토지매입비가 공시지가보다 20%이상 높으면 분양가 자율조정을 권고하고,이에 따르지 않으면 국세청에 통보키로 했다. 표준건축비와 토지매입비와 주변시세 등 3요소를 적정분양가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이 정도 기준으로 분양가의 적적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주택은 위치 단지여건 시공방법 초기투자비용 등 다양한 비용변수 때문에 3가지만의 단순요소로써는 분양가의 적정성을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분양가 과다인상 평가기준으로 사용되는 아파트시세도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자치단체가 일부 중개업소의 시세에 의존하는데다 그것도 일부 평형에 한해 조사가 이뤄져 객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는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멋대로 인기단지의 높은 시세를 들이대며 분양가를 책정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선 자치구에서는 평가기준인 3요소마저도 안지킨다. 건축비와 토지매입비 기준은 아예 적용도 않고 주변시세만으로 분양가 적정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이런 헛점으로 인해 좋아지는 것은 오히려 건설업체다. 구청이 시키는데로 못이기는척 조금만 값을 내려도 구청과의 분양가 협의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객관적인 적정분양가 평가를 위해 시민단체 및 소비자단체가 참가하는 분양가평가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뚜렷한 평가기준 마련없이 위원회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박영신.김진수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