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위층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아래층 주민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누가 배상해야 하는가.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보편적 주거문화로 자리잡은 이후 수십년간 '뜨거운 감자'로 인식돼온 이 문제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신창현)는 "시공회사가책임져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조정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3월 경기도 광주시의 A아파트 14층에 사는 강모(51)씨 부부가 위층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5층 주민 최모(41)씨와 시공업체를 상대로 7천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내면서부터. 강씨 등은 지난 2000년 10월 A아파트에 처음 입주한 뒤 1년6개월간 위층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엉청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조정위는 전문가를 통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층에 거주하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2명이 다소 심하게 뛰어다니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A아파트가 걸어다니거나 출입문을 닫을때 울림현상이 심하고 층간 소음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도 A아파트는 바닥과 벽의 콘크리트 두께가 15㎝이상 시공되지 않았거나 바닥 층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특히 심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조정위는 A아파트가 "바닥과 벽의 두께를 15㎝ 이상으로 하고 바닥의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14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정밀조사에 착수하자 시공회사측은 결과가 뻔하다고 판단, 방음대책을 세워주기로 강씨측과 서둘러 합의했다. 이와 관련, 신창현 위원장은 23일 "당사자가 미리 합의하는 바람에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볼때 양측의 합의가 없었다면 시공회사는 강씨에게 한달에 30만원씩 모두 500만원의 피해배상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릴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아파트의 대부분이 바닥두께와 흡음재 시공 등에 대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준공검사에서 통과한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에서 알 수 있었다" 며"따라서 아파트 층간소음의 배상책임은 근본적으로 방음시공을 부실하게 한 회사측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이 문제에 대해 조정위가 이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유사한 피해배상 및 보수공사 청구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