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투기단속을 강화하고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치솟은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강남 주택값 급등 요인이 복합적인데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근본 처방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집값 급등은 예외없이 모두 서울 강남에서 시작됐다. 소형 아파트든 호화주택이든 돈 있는 사람들이 집값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여유계층이 아닌 서민과 영세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다시 고개들지 모르는 아파트값=강남 집값이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남에 살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정부가 강남에 못지않은 주거수준을 갖춘 주택상품(제2의 강남)을 공급하기 전까지는 강남 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투기거래자 몇 명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세청 세무조사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강남의 일부 부동산업소들이 휴무에 들어간 가운데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다. 집값을 부추긴 중개업자들은 단속 때면 으레 종적을 감추게 마련이다. 이들의 활동은 여론이 잠잠해지면 재개된다. 아파트값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추가대책 절실=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탄력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정책의 약발이 먹히려면 적절한 타이밍이 필수적이다. 주택 값이 오른 다음에 내놓는 대책은 부작용은 물론 시장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문가들은 여유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많이 풀린 지금이 추가대책을 내놓을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투기적인 수요를 촉발하는 여유자금을 흡수하는 보완책과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릴 청사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택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가수요 진정대책이 시급하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권전매 제도.지난 98년 분양권전매 허용 이후 아파트 청약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웃돈만을 겨냥한 가수요자들이다. 과열청약 경쟁은 분양가를 밀어올리고 정작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게 프리미엄이란 추가부담을 안겨준다. 계약 이후부터 전매가 가능한 현행규정을 계약금(총분양금액의 20%) 납부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시점으로 늦추는 등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분양권전매 제한은 주택시장의 질서를 잡아주는 신호등"이라며 "투기수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분양권 전매 허용기준 시점을 중도금 납부 이후로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치솟고 있는 아파트분양가도 적절한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주택업체들이 분양가를 지나치게 많이 받지 않도록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의 경우 가격책정 과정을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청약배수제 부활과 선착순 분양(주상복합 오피스텔) 규제 등도 가수요 진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공급 지속적으로 늘려야=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윤주현 국토연구원 주택도시센터 박사는 "정부는 시장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주택공급을 계속 늘려가면서 가수요 억제정책은 시장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조정작업이 끝나 택지 확보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며 "주택을 더욱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