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냉담한 것은 신뢰부족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반투자가 뿐 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도 리츠회사에 투자해서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릴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리츠가 시장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데다 리츠회사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에 대해 분석과 판단을 내리기에 불투명한 요소들이 적지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리츠회사의 일반공모 실패가 리츠제도의 실패라고 단정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공모실패를 거울삼아 제도나 운영방법을 개선하면 리츠시장의 성장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뢰성 어디서 나오나=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1호인 교보-메리츠 퍼스트 리츠와 일반리츠 1호로 선보였던 에이팩리츠를 비교해 보면 리츠투자자들의 성향이 잘 나타난다. 교보리츠의 발기인은 교보생명 하나은행 교보증권 등 인지도가 있는 회사로 구성됐다. 반면 에이팩리츠는 개인이 주류를 이뤘다. 교보리츠는 대한항공 사원아파트 등을 매입,임대수익을 올려 배당하겠다고 약속해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반해 에이팩리츠는 매입대상 부동산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채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결과는 명백했다. 교보리츠는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1대1의 경쟁률로 공모를 끝냈고 에이팩리츠는 공모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삼일회계법인 도정훈 리츠팀장은 "투자자들은 그림(picture)보다는 구체적인 계획에 확신을 가져야 호주머니를 연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리츠회사 운영의 제약요소=에이팩리츠가 매입대상 부동산을 구체화하지 못한 속사정이 있다. 일반리츠는 일반공모를 마쳐야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때문에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반공모 절차를 마치고 법인을 설립하기 이전에는 부동산 매입계약을 맺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향후 운영대상 부동산을 보여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특정 부동산을 사들인다고 발표했다가는 건물 소유주들이 가격을 올려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가람감정평가법인 김원보 대표는 "지금처럼 리츠회사들이 운영대상 부동산을 투자자들에게 소개할 수 없는 환경속에서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리츠회사 설립을 추진중인 회사들의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발기인은 주식을 1년간 팔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단기투자에 익숙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신인도 높은 기관투자가로 리츠의 발기인을 구성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반리츠를 추진중인 업계는 일반리츠와 CR리츠에 대해 법인세를 차등부과하고 있는 것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전망=지난해 11월 AMC(자산관리회사) 예비인가를 받은 생보부동산신탁은 오는 2월16일인 본인가 신청기한을 눈앞에 두고 부동산값이 너무 뛰어 AMC진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처지이다. 이달 중 일반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던 SR리츠도 리츠 편입대상 부동산을 확정하지 못해 설립을 한달 이상 연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이 주축이 돼 설립하는 CR리츠 ''코크랩 1호''는 1천3백60억원 규모로 오는 2월 출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리츠를 준비해온 회사들이 썰렁한 시장상황 때문에 사업일정을 조정하는 단계지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114 이상영 대표는 "리츠제도 자체의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리츠 상품이 등장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