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문제가 이사 패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봄.가을로 여겨졌던 전통적인 이사철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서울 강남과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는 연중 내내 이사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올해 대입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자 강남과 신도시 명문학군으로 이사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시장의 비수기인 12월임에도 불구하고 강남과 신도시의 명문학군 주변 아파트 집주인들이 아파트값을 2천만∼8천만원씩 높게 부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능 후폭풍'이 불어 닥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여름에도 나타나 강남지역 일부에서는 전세매물이 바닥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번호표를 받고 며칠을 기다릴 정도였다. 그러나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가격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계약을 꺼리고 있어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분당에서 강남으로 '역류' =서울 최고의 명문 학원촌으로 급부상한 강남구 대치동 도곡동 일대 아파트 시장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년의 경우 자녀들 대입과 함께 교육문제에서 자유로워진 집주인들이 경기도 분당이나 용인 등지로 이주하면서 매물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강남권 신규진입 수요에다 분당 용인으로 이사했던 사람들이 강남으로 역류하는 수요가 겹쳐 사정이 달라졌다. 대치동의 큰고을공인 관계자는 "분당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생활에 불편을 느낀 일부가 강남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경우 자녀 전학문제가 없어 이사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이사할 수 있는 계층이다. 강북 등지에서 자녀 교육문제로 강남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이사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자녀들이 새학년이나 상급학교로 진학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는 한편 전세난을 피해 원하는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학기 중간에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신도시 명문고 주변도 마찬가지 =이사 비수기가 사라지기는 수도권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겨울 방학을 맞아 중학생 자녀를 둔 가구의 이사 수요가 몰리면서 분당 서현고, 일산 백석고, 안양 평촌고 등 수도권 명문고 인근 아파트값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분당 서현동 일대 22평형의 경우 1억5천만∼1억6천만원, 47∼50평형은 4억4천2백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는 이달 들어서만 2천만원 정도 오른 것으로 주변의 수내 정자동에 비해 평당 1백만원 정도 높은 가격이다. 일산 백석고와 가까운 마두동 우방 한신아파트 48평형의 경우 인근 지역보다 1천만∼2천만원 비싼 3억∼3억2천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나 매물이 귀한 편이다. 평촌 범계동 현대 롯데아파트도 주변지역보다 2천만원 이상 비싼 시세를 보이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