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단지의 재건축 수주전에서 투표 당일 참석하지 않은 부재자 투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경쟁으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당일까지 우열을 점치기 어려워지면서 총 투표수의 25∼35%에 달하는 부재자들의 표심(票心)이 수주 여부를 가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부재자 투표가 현장 투표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3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는 8백여명에 달하는 부재자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LG건설은 먼저 실시된 부재자 개표에서 총 8백12표 중 4백77표를 얻어 롯데건설을 1백42표차로 크게 앞섰다. 당일 투표한 1천2백70명중 LG와 롯데의 표차가 10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부재자 투표에서 이미 대세가 판가름난 것. 이에 앞서 지난 7월 실시된 반포주공 2단지 총회에서도 부재자들의 표심에 따라 시공권의 향배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일부 건설사는 총회 참석이 어려운 지방 거주 조합원을 잡기 위해 전국의 현장 인력을 동원,호별 방문을 통해 표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재자들은 조합측에서 보낸 '서면결의서'를 총회 전날까지 우편으로 보내거나 시공사 직원을 통해 조합에 제출하면 된다"며 "하지만 대다수의 부재자들이 시공사를 통해 서면결의를 제출하는 게 관례이고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