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청담·도곡 저밀도지구내 재건축 사업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먼저 재건축에 들어가기 위해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는 단지에선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췄다. 반면 먼저 사업승인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집을 비우기 쉬운 월세 매물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9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가 최근 우선 사업승인 후보로 선정한 도곡주공 1차와 영동주공 1∼3단지의 임대 매물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80∼90%선에 육박하고 있다. 초저금리에 따른 월세전환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이례적으로 월세비중이 높아졌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해법 못찾는 우선단지 선정=서울시와 강남구는 '사업승인 1호 단지' 선정을 서로 미루며 수개월째 시간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남구는 최근 도곡주공 1차(2천4백50가구)와 영동주공 1∼3단지(2천5백90가구) 중 한 곳을 우선 사업승인 단지로 정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강남구가 지역주민의 집단민원을 의식해 서울시에 청담·도곡지구의 1차 사업승인 대상인 2천5백가구 안팎인 두 곳을 추천한 것. 하지만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승인권은 법적으로 자치구청장에게 있다"며 "시는 체크리스트를 근거로 나머지 단지들의 재건축 시기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내 첫 이주단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청담·도곡지구 재건축 사업은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사업승인 지연으로 집주인·세입자 모두 피해=우선 단지 선정이 지연되면서 월세의 비중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소유주와 세입자들은 자치구가 집단민원을 의식해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바람에 주민불편만 가중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곡주공 1단지의 한 조합원은 "연내 사업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해 전세 재계약을 미뤄둔 상태"라며 "시든 자치구든 소신있는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동주공 3단지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도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을 설득해 재건축이 시작되면 바로 집을 비우는 조건으로 1년 계약을 맺었다"며 "자녀 교육문제로 이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부동산전문가들은 시와 자치구가 재건축 사업승인과 관련,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같은 부작용이 계속 되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축심의를 받은 송파구 잠실지구내 주공 2,3,4단지와 시영 등은 그 규모가 4천∼5천여가구에 달해 비슷한 시기에 사업승인을 신청할 경우 자치구와 시가 더욱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뱅크 김우희 편집장은 "첫단지 선정도 문제지만 다음차례 재건축순위를 정할 때에도 전월세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서울시가 시기조정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자치구가 내년 지자체 선거나 민원을 의식하지 말고 소신있는 행정을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