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이 오피스텔이나 원룸의 대체 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강남 등 도심에서 소형 업무용 빌딩을 주거용 고시원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역세권이나 업무시설 밀집지역 주변에서 4∼5층 규모의 기존 업무시설을 주거용 고시원으로 개조한 이른바 '고시텔'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업무시설이 밀집한 강남 요지에서는 고시텔이 주요 소형 업무시설을 점령하다시피하고 있다. 고시텔은 보통 건물의 1∼2개층에 20∼50여실이 들어선다. 3∼5평 규모로 침대 소형냉장고 PC 등 거주에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세탁실 취사실 공동화장실 등은 기본적으로 구비된다. 고시텔에 따라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된 곳도 있다. CCTV가 설치돼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게 보안을 강조한 고시텔도 있다. 기존 고시원은 말 그대로 고시를 준비중인 학생들이 머무는 곳이지만 고시텔은 직장인 독신자 등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고시텔은 빈방이 나오기가 무섭게 소비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등에 비해 임대료가 싼데다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어 가정을 꾸리지 않은 독신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건축주들은 건물의 공실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월세의 경우 선불 형태이며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월등히 싸다. 2명 정도가 거주가능한 서대문 인근 실평수 5평의 원룸형 고시텔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 70만∼80만원 선이다. 강남의 1평 남짓한 방은 예치금 10만원에 월 최저 20만원에서 최고 40만원선이다. 강남소재 원룸의 월세가 50만∼1백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강남 제일생명 사거리에 있는 한 고시텔 주인은 "직장인들이 잠자는 곳으로 주로 이용된다"며 "주거시설을 갖출 경우 연 20%의 수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고시원이 주거시설로 사용되는 데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방음시설이 잘 안되고 사생활 보호도 어렵다. 또 불이 날 경우 다닥다닥 붙은 내부 구조상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