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 보복 공격 첫날인 지난 8일 실시된 서울 9차 동시분양 1순위 청약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청약열기가 주춤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3만9천6백여명이 몰려 지난 97년말 IMF 경제위기 이후 최고인 평균 21.1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국내 경기 침체와 미국 테러 여파로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만은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인기 단지의 경쟁률이 쉽게 수백대 1을 넘으면서 "알짜 단지"에 당첨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이같은 활황세는 물론 저금리 기조 덕택이다. 마땅히 돈을 투자할 데가 없다보니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단지엔 수천명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이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다. 서울 신규분양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주택건설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분위기 좋을때 물량을 쏟아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연내 일반 분양될 아파트만도 8천5백여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청약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은 청약경쟁이 치열하더라도 강남권,역세권,한강변 아파트를 적극 노리는 것이 좋은 반면,내집마련수요자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규모 단지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약 열기속에 지역별.업체별 양극화 심화=올들어 실시된 9차례의 서울지역 동시분양에서는 청약경쟁률과 청약건수가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지역별.업체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서울 9차 동시분양에서도 이같은 "청약 쏠림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평균 21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지만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단지는 전체 23곳중 7개 단지에 불과했다. 이들 7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무려 40.9대 1에 달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단 2가구가 분양된 당산역 대우드림빌의 경우 6백48명이 청약,최고 경쟁률을 나타냈고 40가구가 공급된 논현동 동부센트레빌엔 무려 9천8백여명이 신청했다. 그만큼 단기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붙었다는 얘기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강남권,역세권,한강변에서 선보인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는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반면 비강남권이나 중소건설사들의 물량은 미달사태를 빚었다"며"내년부터는 1순위 자격을 얻는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크게 늘어나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서울 8천5백여 가구 공급=주택업계에 따르면 연내 서울지역 동시분양에 선보일 아파트는 44단지 8천5백61가구로 집계됐다. 우선 내달 6일 실시될 10차 동시분양에서만 올들어 가장 많은 2천8백61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2천5백41가구가 분양됐던 지난 6차때 보다 많은 물량이다. 상대적으로 로열층 당첨확률이 높은 "전가구 일반분양 단지"가 많고 재건축 재개발 단지의 일반분양분도 많아 청약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관악구 신림동에 지을 1천4백56가구의 대단지에서 5백17가구를 일반분양하고 구로구 오류동에서도 2백8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금강주택은 구로구 오류동 동부제강부지 4만1천평중 1만6천평을 매입,24,33평형 18개동 6백18가구를 모두 일반분양한다. 모두 5층짜리 저층아파트로 용적률이 1백20%에 불과하다. 신구종합건설은 마포구 상수동 21층 1개동 55~80평형 54가구를 선보인다. 전가구에서 한강조망이 가능하도록 1,2층을 필로티로 설계한다. 처음으로 강남지역 공약에 나서는 동양고속건설은 강남구 논현동 옛 한국관광공사 교육원 부지에 고급 빌라형 아파트 2백3가구를 내놓는다. 주택업체들은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에 따라 당분간 신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판단,11차 동시분양에서도 대규모 물량의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10차 동시분양은 24일 공급물량이 확정된 뒤 30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거쳐 내달 6일부터 청약접수에 들어간다. 청약 통장 빨리 써야=부동산 전문가들은 묵혀둔 청약통장은 빨리 사용할수록 유리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택지 부족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만한 "유망 단지"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강남권에선 재건축,강북에선 재개발 단지의 얼마 안되는 물량을 놓고 청약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하루라도 먼저 청약하는게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 집을 마련하는 사람이라면 6천만원 한도에서 집값의 70%까지 융자해주는 최초주택구입자 자금지원제도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