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아파트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으로 건설교통부가 9일 내놓은 소형평형 의무비율 부활을 놓고 이해당사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조합과 업계는 이번 조치가 재건축사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뿐더러 인위적 규제로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공급되는 소형평형이 이미 20%를 넘어서고 있어 재건축사업 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층 이상 재건축에 직격탄 =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1대 1 재건축을 포함, 전용면적 18평 이상으로 구성된 중층이상 재건축아파트라는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가뜩이나 재건축 규제강화로 용적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대로라면 이들의 경우 수익성 악화 뿐 아니라 재건축시 입주평형이 기존아파트보다 작아져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바른재건축실천연합회에 따르면 이러한 단지는 강남, 서초, 강동구 등 강남권아파트를 주축으로 서울 시내에만 15-20개 단지, 가구수로는 1만5천-2만가구에 달할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합회 김진수 회장은 "이번 조치는 전용면적 18평 이상으로만 이뤄진 아파트는 아예 재건축을 하지말라는 소리"라며 "이는 주거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앞으로 법 개정운동 등의 대응책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표로 향후 재건축을 포기하거나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최근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의 경우 관할구청에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반려한데 이어 강남지역에서도 반포2동 신반포3차 아파트 등을 비롯, 일부아파트는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수익성 악화' 주장 = 건설업체들은 이번 지침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택업계는 소형의무비율 부활방침 이후 ▲용적률 인센티브 ▲취득.등록세감면지원 확대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충 등의 건의사항을 전달했지만 실제 이번 정부의 발표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아예 빠져버렸다. 다만 의무비율이 당초 30%에서 15-25% 수준으로 줄어들고 국민주택기금 지원한도 상향조정 및 금리인하 등의 혜택을 받아냈지만 이 역시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라는 평가다. 대한주택협회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면서 "공급평형은 수급과 지역 등 시장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해결해야지 일률적 제한을 두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가격안정에는 긍정적 =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재건축 투기열풍과 소형평형 공급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건축대상 아파트의 경우 올들어 아파트 매매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주택가격상승의 핵으로 분류됐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9.9% 상승했지만 재건축 대상 아파트단지의 경우 무려 16.6%나 올랐다. 그러나 지난7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이후 재건축 거품이 제거되면서 주택가격도 다소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업계의 우려와 달리 소형평형 의무비율 부활이 급격한 수익성 저하로 직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업체들이 원가상승률 이상으로 분양가를 40% 이상 높였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를 내구재와 마감재 고급화, 조경 강화, 신평면이나 신공법 도입 등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자율화 이전과 비교해 평당 200만원 이상 오른 분양가를 이러한 요인으로 설명하긴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업체가 주장하는 인상요인을 합치더라도 이는 평당 40만-50만원이면 충분하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건설업체와 재건축 조합원에게 돌아갔던 혜택을 어느 정도 소비자에게 돌리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작년 서울과 경기지역의 소형 공급비율이 각각 24.0%, 29.2%였고 올들어 업체들이 소형공급을 더욱 늘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이번 의무비율부활이 재건축 이외의 시장에서 실효성을 가질까에 다소 의문도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