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부동산시장의 화두는 단연 변곡점에 놓여 있는 주택가격의 움직임이다. 올들어 집값은 서울 강남지역의 중소형 및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7월 이후엔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었던 서울 강북지역, 신도시, 수도권으로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8월말부터 이같은 집값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는 거래가 급감하며 호가도 낮아지고 있다. 서울 외곽지역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투자열기가 잦아들며 조정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정이 또 한번의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인지, 가격하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가격은 저금리보다 경기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때는 수급이 단기간내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중소형주택을 공략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가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경기 움직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주택시장은 정부의 부양책과 저금리로 인한 여유자금 유입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이같은 재료는 이미 시장에 대부분 반영됐다고 이들은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경기의 흐름이 주택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전체가 가라앉는다면 주택가격도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들은 대체적으로 향후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LG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 목표(4~5%)에 못미치는 3.8%와 3.6%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대 성장전망을 발표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바닥 탈출 조짐이 안보이는 실물경기가 장기침체로 들어가면 주택값은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구입 시기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수도권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2010년은 돼야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주택시장이 조정을 보일 때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선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상영 부동산114대표도 "8월까지 집값이 너무 올라 10월쯤이나 연말께 한차례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리하게 집을 사기보다 시장추이를 관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중한 투자자세가 바람직 =일반인들은 대부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집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데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가 지난 8월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결과 응답자의 64%는 "연말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이사철이 끝나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그동안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새로 사는 것 보다는 임대로 계속 살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31%나 돼 주택수요는 제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난은 올가을 이사철을 고비로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모습이다. 전세값의 오름세가 둔화되고 월세물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집주인이 높은 이율로 월세를 내놓고 세입자는 전셋집을 선호하는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월세이율이 떨어지고 전세로 전환되는 물건도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은 당분간 경기회복 여부와 주택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적절한 매입시점을 포착하는게 좋다. 향후 2년동안 수급불균형이 해소될 가능성이 적고 세제.자금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용면적 25.7평이하의 중소형주택을 공략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