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월초 서울 종각네거리에 있는 제일은행 본점건물 리모델링에 나섰다. 지은지 14년된 23층 건물이다. 리모델링 대상은 크게 두가지였다. 각층의 중앙복도를 없애 사무공간을 넓히는 것과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실내를 쾌적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건물은 양쪽 끝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복도 양옆으로 사무공간이 배치돼 있었다. 사무공간은 다시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분리대(파티션)로 막혀 있었다. 삼성물산은 복도를 없애고 사무공간을 다시 배치하면서 분리대도 낮춰 탁 트인 공간으로 바꿔 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숨어 있었던 공간이 살아나 공간 활용도는 리모델링 이전에 비해 40% 가량 늘어났다. 쾌적한 실내환경 개선을 위해선 크게 두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14년전에 예상 못했던 PC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올라가는 실내온도를 감안, 냉방부하를 높였다. 실내 조명밝기도 높여 시원한 느낌을 갖도록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공사였지만 실제 작업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공사과정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제일은행 본점건물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을 다른 건물로 이전시키지 않고 건물 내에서만 옮기며 리모델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치게 표현하면 리모델링공사에 걸리는 시간보다 공사전에 입점업체 이주스케줄 등 도상(圖上)계획을 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무엇보다 소음과 먼지를 줄이는 작업은 도상계획 이상의 정성을 요구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천장을 뜯을 때 사각형의 마감재를 한 부분씩만 떼어냈다. 그것도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뜨리지 않고 바닥에 있는 근무자에게 하나씩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자재의 적기공급(just in time) 방식으로 먼지 발생량을 조금이라도 낮춰 나갔다. 자재를 건물 내에 쌓아 두는 것만으로도 먼지가 발생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 쌓아 두었던 자재 때문에 생기는 입점업체 직원들의 주차불편을 덜기 위해서도 적기공급이 불가피했다. 해당 층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층으로 이사했던 부서가 옮겨 왔다. 또 다른 층의 공사를 위해서다. 문제는 옮겨온 부서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전산작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변명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 공사한 사무실에서 PC를 연결하면 바로 작업이 가능하도록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 건물신축과 리모델링의 공사접근 방식은 1백80도 다르다. 주위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지는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게 신축공사와 다른 점이다. 삼성물산 리모델링팀 이기환 과장은 "공사에 앞서 자재의 반입 반출을 위한 동선 및 시간대 등 세세한 부분까지 미리 계획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입주업체의 불편없이 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