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조업체 임원인 김형민(54.가명)씨는 올해초 집 한채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지은지 17년 된 단독주택이었다. 대지 82평 연면적 70평의 2층 주택으로 1층에 방 4개, 2층엔 방 3개가 들어서 있었다. 1,2층에 각각 욕실 거실 주방 등이 마련돼 있는 구조의 집이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씨 가족들은 지은 지 오래된 주택으로 이사하는 데 반대했다. 김씨도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데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독주택을 세 놓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김씨는 주위 사람들과 상의 끝에 임대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김씨는 소개받은 설계회사를 찾았고 설계회사는 시공회사로 끌과정(대표 조일환)을 추천했다. 집구조를 실사한 끌과정은 단독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꿀 수 있다고 결론냈다. 지난 5월초 공사에 들어갔다. 기존 방을 최대한 활용, 각 층에 10평 남짓한 방 3개씩을 만들었다. 작은 방은 원룸으로, 안방처럼 큰 방은 투룸으로 바꿨다. 무엇보다 한 층을 세가구로 분할하는 것을 감안해 방음처리에 신경을 썼다. 공사기간은 50일 정도 걸렸다. 공사비는 1억4천5백만원 들었다. 김씨는 집을 담보로 8천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김씨는 투룸을 기준으로 한달에 25만원의 월세로 임대인을 모집했다. 주변시세에 비해 보증금기준으로 1천만원 정도 비쌌지만 공사가 끝나기 전에 6가구 모두 세놓았다. 김씨는 끌과정 현장직원에게 해외여행 티켓을 건네며 리모델링에 만족한다는 표시를 했다. 건축주와 시공업체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었던 요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끌과정 이경화 실장은 "설계에서 시공까지 리모델링 단계때마다 충분한 여유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씨와 끌과정은 설계 컨셉트를 잡는 데만 한달을 투자했다. 김씨는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 의견을 제시했고 끌과정은 김씨의 의견에 맞춰 법규검토에 충실했다. 법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꼬박 한달이 걸린 셈이다. 공사계약후 대개 3일안에 시공에 착수하던 통례도 깨버렸다. 끌과정 현장팀은 공사계약후 현장을 샅샅이 파악한 후 예상공기(工期), 마감재 수준 등을 다시 정리하고 김씨와 상의했다. 김씨의 최종 결론을 얻기까지는 계약후 20일 정도 걸렸다. 건축주와 시공업체간 사전협의는 더이상 필요없을 정도가 됐다고 판단돼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전협의가 충분치 않아 공사도중에 설계나 마감재가 바뀌는 일은 이곳 현장에선 없었다. 공사도중 건축주의 의견이 달라지면 시공업체는 안심하고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 건축주와 시공업체간 의견조정에 하루가 걸리면 실제 공사진행속도는 며칠씩 연기되는게 일반적이다. 결국 충분한 여유를 갖고 건축주와 시공업체간 사전합의에 도달하면 양쪽 모두에 득이 된다. 건축주는 자신이 생각한대로 새 집을 마련할 수 있고 시공업체는 건축공사를 실시한데 따른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기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