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이 사라지는 자리에 "벤처"가 서고 있다.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일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지형도가 확 바뀌고 있다. 단지 내에 대형 패션몰이 속속 들어서는가 하면 벤처의 둥지 역할을 하는 "아파트형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더이상 "벌집공장"의 대명사인 구로공단이 아니다. 구로공단은 의류 봉제 등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64년부터 73년까지 총 60만평 규모의 3개 단지로 조성됐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80년대까지 수출한국의 프런티어 역할을 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산업의 중심이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중화학과 첨단 산업쪽으로 쏠리면서 공단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구로공단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첨단 업종의 업체가 하나둘씩 간판을 내 걸었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건립한 국내 벤처집적시설 1호인 '키콕스벤처센터'가 들어서면서 변화의 템포가 빨라졌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약 40년간 내걸었던 구로공단의 간판을 내리고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대표하고 있는 것은 역시 쉴새 없이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이다. 산업단지 내에는 에이스테크노타워 1·2차(1공단),대륭테크노타운 1·2차(3공단) 등 4군데에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고 코오롱테크노밸리(2공단)가 이달중,에이스3차(1공단)가 오는 10월께 각각 완공,입주한다. 현재 분양 중인 곳으론 1공단 벽산디지털밸리Ⅰ과 에이스5차,3공단 대륭3차,SK건설이 짓는 SK트윈테크타워 등이다. 군인공제회에서 시행하는 1공단 IT빌딩,CM컨설팅이 시행하는 아파트형공장,3공단 벽산디지털밸리Ⅱ 등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평당 분양가는 3백20만∼3백50만원으로 테헤란밸리에 있는 벤처건물의 평당 임대가(4백만원선)보다 저렴한 편이다. 세금 혜택도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강남 여의도 영등포 목동 등지의 소프트웨어 전기전자제조 바이오 등 첨단벤처기업의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서부간선도로 남부순환도로 외곽순환도로 등이 가까워 교통여건도 뛰어나다. 구로2공단 사거리 주변은 아울렛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올초 클럽패션야후 한사랑패션몰 원신 등 아올렛몰이 들어섰고 연면적 5천5백평 규모의 초대형 패션쇼핑몰인 마리오 아울렛도 문을 열었다. 벽산디지털밸리의 안계성 분양소장은 "기존 공장 부지를 가진 땅주인들도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